연 보수 102억원, 퇴직금 173억원 받기도
"불합리한 운영사례 즉시 시정할 것"
금융권 CEO에 대한 보수수준을 점검한 결과 금융지주사 중에서도 농협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회장이 각각 연봉 3억2000만원과 27억원을 받는 등 천차만별이었다.
또 금융사 CEO 중에서는 연 보수만 102억원을 받고 퇴직금으로 173억원을 챙기는 실적과 상관 없는 '묻지마 식 보수 체계'가 상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사 대표들의 과도한 연봉 체계에 대한 시정을 위해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 붙였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65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성과보수현황 및 모범규준 이행실태 점검결과에 따라 불합리한 운영사례를 즉시 시정토록 지도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융사 CEO들의 보수수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영업실적은 악화되는데 보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것은 문제"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조정호 전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연봉 및 성과급, 배당금이 10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박종원 전 코리안리 사장은 특별퇴직금 명목으로 173억원을 수취한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금융사 최고경영자들의 연봉은 금융지주사가 약 15억원, 은행 10억원, 금융투자사 11억원, 보험사 10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지주는 3억2000만원의 연봉이지만 신한지주는 최고 27억원을 지급하는 등 권역 안에서도 상이한 차이가 발생했다.
총보수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금융사들의 평균은 지주사 21억원, 은행 18억원, 금융투자사 16억원, 보험사 20억원의 연봉이 지급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금융사 CEO들의 성과보수가 영업실적 개선 시에는 비례해서 증가하지만, 실적하락 시에는 비례해서 떨어지지 않는 하방경직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더구나 주관적 평가가 가능한 비계량지표의 경우 평가비중이 높고, 거의 대부분 만점을 부여하는 등 관대하게 평가를 해왔다는 점과 이해관계가 있는 CEO가 보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위원회 운영의 독립성이 미흡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박세춘 부원장보는 "원칙적으로 금융회사 CEO들의 성과보수체계는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지만 보수체계의 투명성과 합리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제도적 미비사항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업계 권역별로 TF를 만들어 합의점을 도출하는 등 합리적 조정안이 마련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미 지급된 연봉에 대해서는 처벌이나 환급이 불가능할 전망. 새로운 제도가 생긴다고 해서 기존 보수지급에 대해 소급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성과보수의 일부금액을 누락하거나 공시를 지연하는 것은 지금이라도 처벌할 수 있지만, 과거 연봉지급이 불합리했다고 지금 그것을 환급하라고 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