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민영화 물꼬 트려는 것…국회 비준동의 절차 밟아야"
세계무역기구(WTP) 정부조달협정(GPA) 의정서 개정안이 국회 보고 없이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기습 의결된 사실이 뒤늦게 전날(12일) 드러난 것과 관련해 야당이 일제히 비난하며 국회 비준동의안을 촉구하고 나서 철도 민영화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이 르몽드 인터뷰에서 공공 조달 시장을 외국기업에 개방하겠다고 밝힌 것에 때맞춰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철도 민영화를 위한 정부조달협정(GPA) 개정안을 슬그머니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GPA 개정안은 국가 기간산업인 철도 민영화를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철도 요금 인상으로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 부담을 지우는 조약"이라며 "따라서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원내대표는 "통상절차법 13조 3항에선 정부에서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 없다고 해석해도 국회는 서명된 조약이 통상조약에 해당된다"며 "따라서 민주당은 해당 상임위에서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또 통상절차법 9조에는 통상조약 체결의 경제 타당성과 영향 검토에 해당하는 사항은 국민과 국회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며 "따라서 책임 있게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법제처 심사 결과를 근거로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이 국회 비준을 거칠 필요가 없다고 판단, 국무회의 의결을 지난 5일 진행했다. 이와 관련 법제처는 대통령령, 부령, 고시의 개정을 통해 개정된 내용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국회 비준이 필요하지 않다고 해석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법제처 심사결과 근거는) 자의적인 해석"이라며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은 대통령령, 부령 또는 고시의 개정을 요하게 된다. 따라서 개정안 역시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대통령령의 개정을 수반하게 되는 조약의 개정 사항이야말로 법률의 개정에 준하기 때문에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박원석 KTX민영화 저지 특별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GPA 개정안이 기습 처리된 것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국회를 무시하며 헌법과 통상절차법을 위반하면서 WTO 정부조달협정(GPA) 개정안을 비준하려는 것은 도시철도, 고속철도를 외국 자본에 개방함으로써 결국 철도 민영화의 물꼬를 트려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강행 처리할 경우 철도를 지키고자 하는 완강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철도는 국가기간 산업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공공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공공조달 시장에서 철도산업이 개발될 경우 외국 기업에 국가 기간망이 잠식될 우려가 높다. 전 세계적으로 프랑스(알스톰)와 독일(지멘스) 등 EU국가의 기업들은 세계 철도산업의 선두를 달리고 있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달시장이 개발될 경우 철도 공공성은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것이다.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할 일이 결코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법제처 심사결과를 근거로 법령개정 없이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을 통해 처리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개정안에 의해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기업의 양허기관이 확대되고 지하철 관련 공사 7개 기관이 처음으로 개방 대상에 포함되는데 법제처 유권 해석만으로 처리할 사항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박 위원장은 박 대통령 재가 및 WTO 사무국 기탁 등 정부의 독단적인 비준 절차 중단과 비준동의안 국회 제출을 강력히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