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은행 적자전환…씨티은행 실적 반토막
지방은행, 실적 선방 이어지며 승승장구
'수출' 승강기 탄 지방, '가계' 미끄럼 탄 외국계
선진국의 앞선 금융기법을 전수해 주겠다고 호언장담하며 국내 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14일 일제히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급전직하로 추락하는 실적을 발표하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SC은행은 3분기 당기순손실 222억원을 기록하며 2분기 335억원 당기순이익을 냈던 것에 비해 171.7% 실적이 감소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이 같은 실적의 급락에는 국세청의 정기세무조사에서 590억원 세금추징이 그대로 반영되었기 때문이지만 지난 2010년 4999억원, 2011년 3754억원, 2012년 2466억원 등 순이익의 가파른 내리막이 우려스러울 정도다.
더구나 SC금융지주가 실적 만회를 위해 은행 점포와 일부 자회사 정리에 나서며 직원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부분도 실적 회복을 불안케 하는 요소다.
현재 SC금융 산하 SC스탠다드캐피탈 노조는 15일부터 서울 종로구 공평동 소재 SC금융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키로 하는 등 자회사 매각에 따른 고용보장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씨티은행의 경우는 3분기 당기순이익 279억원을 시현하며 전년동기 대비 53.3%, 전분기 대비 53.4%의 급전직하의 실적 추락을 맛 봤다.
씨티은행은 지난 2010년 6277억원, 2011년 560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후 2012년 2693억원의 이익에 그치는 등 실적 난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적 난조로 고객자산과 예수금도 대폭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씨티은행은 9월말 현재 고객자산은 전년동기말 대비 8.9% 감소했으며, 예수금의 경우 전년동기말 대비 13.8% 감소한 31조원을 기록했다.
선진금융기법을 자랑했던 외국계은행들이 실적에서 죽을 쑤고 있을 때 IMF 외환위기 당시 찬밥 대우를 받으며 흡수통합의 아픔을 겪었던 지방은행들은 눈부신 선전을 펼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올해 3분기 각각 940억원과 8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으며, 이는 전 분기보다 각각 5.4%, 54.7% 증가한 것이다.
현재 매각이 진행중인 경남은행의 경우는 3분기 7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오히려 우리은행의 412억원 순이익을 앞지르기도 했다.
이준상 DGB금융그룹 경영관리부 차장은 "시중은행의 성장률이 떨어진 것이지 우리가 올라간 게 아니다"며 "우리는 연간 8~10%씩 성장을 지속적으로 해왔으며 올해도 평균 수준에서 성장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방은행은 고객과의 친밀도가 다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지점 네트워크가 많다는 것인데 고객과 접촉할 수 있는 지점장의 숫자가 많다"며 "결국 컨택포인트가 많다보니 정보도 빠르고 질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지방은행 선전의 이유를 전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수출산업이 지방은행의 주된 업종인데 지금 수출부분이 좋다"며 "외국계 은행은 사업 모델이 달라 예전에 비해 가계 쪽에 중심을 두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기반이 집중돼 있는 수도권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