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중앙은행, 독립성 아닌 신뢰성 중요해져"
"경제환경 어려워 구관이 명관이다" 여운도 남겨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를 4개월여 남겨둔 상황에서 여전히 고민은 시장과의 신뢰성, 즉 '소통'이라고 털어놨다.
16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인천 인재개발원에서 가진 기자단과의 대화에서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표정이 무척 어두웠다'는 질의를 받고 "어떤 신문에서는 왜 웃었냐고 하는데 사람이 '제 눈에 안경'이라고 처음 산 옷을 입고 그래서 좋았는데 그렇게 보았다니 긴장 된다"며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앞서 진행된 모두 발언에서는 금융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중앙은행의 고민, 특히 시장과의 소통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김 총재는 "최근에 중앙은행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하는 문제 중 하나를 잡으라고 한다면 커뮤니케이션 또는 포워드 가디언스(forward guidance, 선제 안내)다"며 "이는 여러분들과 저하고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시장과 중앙은행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다"고 밝혔다.
그는 "말하는 사람은 항상 자기 말하고 싶은대로 말하게 되고 듣는 사람은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항상 그 갭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은 현실"이라며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얘기하듯이 정보를 전달하고 받고 이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를 통해서 정책을 바꾸고 하는 내용이 중요한 것이고 그것을 전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 총재는 "중앙은행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은 신뢰성이다"며 "물론 예전에는 독립성이라는 것을 많이 얘기했지만 글로벌 위기를 극복해 오는 과정에서 중앙은행이 얘기하는 것이 얼마나 신뢰성이 있고 한번 얘기하는 것이 시장에 있는 사람들의 기대치를 어떻게 바꿔는 것이냐 하는 것이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역할은 금융위기 이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막는 것이었다면 미국의 경우처럼 경제회복에 방점을 두기도 하는 등 중앙은행의 다양한 모습이 표출되고 있다.
김 총재는 "어떠한 포워드 가디언스를 줌으로 인해 시장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기대를 변화게 하는 문제가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다"면서도 "지금 미국이나 유럽에서 나오는 새로운 정책 변화는 우리에게 직접 적용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옛날 기준을 가지고 우리의 변화를 재단하려고 하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지금 한은에 있는 사람들도 아마 5년, 10년 전의 사람보다 훨씬 더 어렵게 살고 있다. 나를 만나서 어려운 게 아니라 경제 환경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 총재는 "뭐 혹시 내가 나가면 더 편해질까 하는데 천만에요. 절대 안 편해질 것이다. 세상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며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다"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김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는 개인이나 기업의 빚이 결국 금융기관의 안정성을 해쳐 위기를 불러왔지만 한국의 경우는 그런 형태의 위기는 지금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가계부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계층이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고 상환이 가능한 고소득계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소득 하위계층의 부채는 전체 국가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 그 규모가 크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돈을 무제한 풀어 엔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을 증대시키겠다'는 소위 일본의 '아베 노믹스'에 의한 한국경제 타격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김 총재의 분석.
김 총재는 "아베노믹스 자체가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것에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일본에 수출하는 일부 분야에 영향을 받았지만 나머지는 다 적절하게 대처를 했고 수출이 많이 늘었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소위 비가격 경쟁력이 어느 정도 있어 좋은 결과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일부에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동양사태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한은 책임론 제기한 데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 총재는 "동양사태가 돈이 많이 풀려서 이루어졌다고 하면 그 영향이 동양에만 갔겠냐"며 "동양은 기본적으로 은행하고 거래하는 데가 아니었으며, 이를 한은의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돈에 대해서 사고만 나면 다 한은 책임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비약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보험이나 증권 등에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전체 금융안정을 해칠 수 있는 면이 있는 지 분석하려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중앙은행을 감독기구라고 얘기하지 않는 것"이라며 "한은이 동양사태를 잡아냈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 감독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