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최근 SGI서울보증을 이용하면서 불편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10여년 전 주택을 빌라로 개조하기 위해 가입했던 보증보험 증권의 권리가 잇따라 소멸되면서 담보물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A씨가 맡긴 담보물은 국민은행의 무기명 정기예금. 물건이 아닌 예금을 담보로 한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은행지점에서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은 그의 오산이었다. 증권을 발행할 당시 거래했던 국민은행 아현동 지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보증보험 직원의 안내였다.
점심시간을 할애해 업무를 처리해야 했던 그는 회사와 멀리 떨어진 아현동까지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앞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증권이 몇 개 더 남아있는데 매번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해야 할 것을 상상하니 눈앞이 아득하다는 것이 A씨의 하소연이다.
업무의 '스마트화'를 내세우는 금융사들이 아직까지 일부 구태의연한 업무처리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편이 우려된다.
SGI서울보증(舊 대한보증보험)이 제공하는 일부 보증보험의 경우 증권을 발행한 서울보증의 지점을 방문해 보호예수증을 받고나서 취급은행의 특정지점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빌라나 나홀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짓기 위해선 구청의 승인을 먼저 받아야 하는데, 이때 공실 발생이나 공사 중단 등으로 인한 입주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가입해야 하는 것이 보증보험이다.
문제는 담보물 조회를 위해서는 처음 거래했던 은행 지점을 찾아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다는 것. 예금을 담보로 했을지라도 과거에는 예수증서 실물을 금고에 보관했기 때문에 전산시스템으로 처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보증 관계자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담보를 은행이 보관해 두는 것인데, 다만 반환확인서를 고객들에게 발급해드리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그 확인서는 지방에서도 받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 입장에서는 담보물 반환확인서를 어디서나 발급해드리는 건데 은행들이 고객들을 특정지점을 찾아달라고 하는 것"이라며 "그건 우리 프로세스가 아니라 은행 프로세스에 해당한다"고 항변했다.
국민은행의 관계자는 "예전에 만들어진 시스템이기 때문에 일부 불편함이 초래될 수 있다"고 털어놨다. 무기명보호예수 증서 자체를 금고에 보관하도록 돼있어서 그 실물을 이동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해당 점포에서만 해약이나 담보 수취를 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A씨가 예수증을 발급받기 위해 서명한 곳은 전자서명이나 새로 발급된 영수증이 아닌 10년도 넘은 너덜너덜한 장부였다는 것이 그의 목격담이다. 이유야 어찌됐건 앞으로 몇 번은 더 담보물을 찾아야 하는데 장부가 제대로 보관이나 될지 의문스럽다는 것의 A씨의 우려다.
한편 이로 인해 불편을 겪는 것은 고객들만이 아니다. 국민은행 아현동 지점의 직원들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서울보증 이용자들의 불만을 받아내야 하는 점을 토로했다.
지점의 한 직원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서울보증의 상품을 처리하는 곳이 우리 지점 뿐"이라며 "점포가 큰 것도 아닌데 특히 점심시간 전후로 이 업무 때문에 일이 몰리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서울까지 방문한 지방 거주자들의 민원이 상당하다는 것이 그의 하소연이다.
이 직원은 "얼마 전에는 경북 구미와 제주도에서 올라오신 분이 계셨다. 안타깝긴 하지만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죄송했다"며 "은행 업무시간이 정해져있다 보니 보통 하루 휴가를 내고 일처리 하러 올라오시더라. 서울에 사시는 분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