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첫 해인 만큼 수많은 금융정책이 쏟아지고 '금융 소비자 보호'라는 새 패러다임이 등장했지만, 동양그룹 부실 사태나 비자금 차명 계좌, 하우스 푸어(House poor) 문제는 금융 비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했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한 해 금융권을 움직였던 뉴스들을 짚어보고, 내년 금융정책 당국과 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본다.
현대·동부 채권단의 압박…"내년 부실 터진다" 증권가 흉흉
올해 금융권을 가장 어지럽힌 사건은 동양그룹 계열사의 기업어음(CP) 부실 사태이다.
동양그룹 계열사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잇따르며, CP 투자자 피해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금융 당국뿐 아니라 정치권의 책임론 공방도 치열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밝힌 피해액은 1인당 평균 5200만원. 그러나 이는 금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한 투자자 중 피해액을 기재한 5952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이다.
실제로 금융계에 따르면 수십억원의 전 재산을 동양 CP에 가입했다가 잃은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동양 CP 가입자의 집단소송을 준비중인 한 변호사는 "동양증권이 계열사 CP를 판매하기 위해 투자자의 위험 수용 정도를 고의적으로 느슨하게 운영했다는 증거들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동양그룹이 자금난에 빠지면서 동양증권 고객들의 투자금을 자금 창구로 이용, 비윤리적 경영을 했다는 비난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
동양 사태는 또 지난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비슷한 점에서 당국이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한 책임도 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시 저축은행들은 파산해도 투자금을 돌려줄 수 없는 고금리 위험 채권(후순위채권)을 판매하면서 투자자들을 속였지만, 보상 받을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부실 후폭풍이 동양그룹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동부그룹은 이달 17일 계열사 매각과 총수 일가의 사재 출연을 통해 자구 계획을 발표했고, 현대그룹과 한진그룹도 구조조정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채권은행과 금융감독원은 대기업의 적극적인 자구 계획을 독려할 것"이라고 기자들을 만나 말했다.
현대그룹과 한진그룹의 주(主)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동부그룹 수준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신용 등급을 한꺼번에 내렸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선제적 구조조정을 한다고 알려졌지만 증권가에서는 내년 동부나 현대증권의 채권 투자자들이 또다시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에서 동양만큼 피해가 크지 않다고 밝혔지만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