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콜차입 금지, 소형 증권사들 자금난 우려
'비 올 때 우산 빼앗는다' 불만…그래도 M&A 기대는 아직
정부 주도의 증권사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증권시장이 늪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대형 투자은행(IB) 설립을 하며 노력을 기울였지만 전 세계적인 침체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중개수수료)에 의존, 인수 합병(M&A)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했으나 향후 정부가 콜(call)차입을 막으면서 소형사는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콜차입이란, 금융회사 간 일시적인 자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단기간 대출을 거래하는 방식.
금융위원회는 최근 증권사의 콜차입 규모를 2015년부터 금지한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자기자본 중 콜차입 규모를 25%에서 15%까지 낮춰야 한다.
이는 소형 증권사들이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콜차입은 원래 낮은 금리로 자금을 융통하는 소형 증권사들의 의존도가 컸던 만큼 이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분석 결과, 콜시장 참여 금융회사는 현행 413개에서 63개로 줄어들 전망이다. 증권사는 62개 중 46개가 콜시장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소형사들 입장에서는 '비 올 때 우산을 빼앗는' 상황이다. 은행으로 치면 소득이 적고 신용 등급이 낮은 사람에게 연체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돈을 빌려주지 않는 이치이다.
한 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대형사의 경우 해당 사항이 없지만 소형사들은 이를 막기 위해 사활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내년 증권사들이 줄여야 하는 콜차입 규모는 1조5000억원. 자기자본 대비 콜차입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유진투자증권(24.4%)이며 그 다음은 NH농협증권(23.5%), 현대증권(23.3%), HMC투자증권(23.1%), 대신증권(22.4%)이다.
그러나 정부 입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증권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
금융위 관계자는 "콜시장 불안이 계속되면 증권사의 시스템리스크(system risk)를 증대시킬 수 있다"며 "그동안 시장에서는 증권사들이 신용에 비해 과도한 차입을 하면서 저금리로 영업자금을 조달하는 관행이 있어 왔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증권사 수가 너무 많은 상황이다"며 "M&A를 통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문제는 이처럼 정부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해도 실제 인수자가 얼마큼 나타날지 미지수라는 점.
현재 매물로 나온 증권사는 이트레이드, 아이엠투자, 골든브릿지투자를 포함해 10개 안팎이다. 정부 소유의 우리투자증권은 매각을 진행중이며, KDB대우증권도 잠재적인 매물이다.
한 대형 증권사 대표는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돈 많은 분들은 요즘 여의도에 가면 증권사 하나를 살 수 있다. 그렇게 비싸지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자조 섞인 농담을 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요즘 같은 때에 누가 큰돈을 들여 증권사를 인수할 지 의문"이라며 "대형과 중소형 증권사가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건 아니나 시장이 워낙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