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 "외부감사 인센티브 달라"…세제 혜택 요구 증대
정부가 외부감사 대상 기업을 자산 120억원 이상으로 상향 추진중인 가운데, 기업들과 회계 업계 간 첨예한 대립이 일고 있다.
28일 한국회계학회 주최로 열린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회계제도 개혁방안 공청회'에서는 정부와 학계, 업계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최근의 외감 기업 축소에 대한 논의가 주요쟁점이 됐다.
회계 업계 대표로 토론에 참석한 최종만 신한회계법인 대표는 정부의 방침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법 개정 작업을 늦출 것을 요구했다.
그는 "한국의 회계법인 125개 중 중소형이 100개 이상이다. 공인회계사를 자꾸 뽑아놓고 일거리를 줄이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산 총액이 적으면서 매출액 큰 기업들이 있는데 자산 기준으로만 제한할 것이냐.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감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주장하는 외감 기업 축소의 근거에 대해서도 문제를 짚었다.
최 대표는 "감사 대상을 축소시키는 건 회계 투명성과 역행한다"며 "외국처럼 모든 기업을 원칙적으로 감사하고 사회적 합의에 의해 감시가 필요없으면 예외를 두는 발상의 전환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외감 대상 기업을 축소하려는 것은 경제성장으로 기업의 자산이 커진 반면, 최근 몇 년 동안 경기 침체로 어려워진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최 대표는 "30년 정도 회계사로 근무하는 동안 경기가 좋아졌다고 다시 자산 기준을 낮춰준 적은 없다. 정책 당국이 기업들 입장을 반영하다보니 궁여지책으로 나온 변명이고 논리가 없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또 "금융위가 감리 여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비용을 받아서 하고 있다. 인력이 없으면 공인회계사가 맡아서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빠른 시간 안에 법 개정을 할 것을 촉구했다.
최복희 중소기업중앙회 실장은 "중소기업들은 자산 기준 상향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일각에서는 120억원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말도 있다"고 주장했다.
최 실장은 "사실 기업들은 감사에 대해 규제나 비용 측면에서 부담스럽다"며 "할 수 없이 받아야 한다면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가장 선호하는 인센티브는 세제 혜택"이라고 했다.
과거 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중소기업들이 외부감사를 받는 대신 원하는 인센티브 중 가장 많은 것은 조세 혜택으로 나타났다. 64%가 세제 혜택을 원한다고 답했다. 정부가 감사 비용을 지원해 달라, 대출이자를 인하해 달라는 요구는 둘 다 12%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입장.
손주형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업계의 입장 차는 예상했던 반응이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풀어갈 문제이다. 법안 마련 후 이해관계를 충분히 듣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학계에서는 비상장회사뿐 아니라 공공기관을 감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영기 홍익대학교 교수는 "286개 공공기관 중 회계법인 회계사에 의해 재무제표 감사가 수행되는 곳은 있으나 경쟁입찰에 의한 가격 왜곡 현상이 심하다. 감사 시간도 외부에 공시가 안되고 감사보고서 활용도가 낮거나 품질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