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 민원처리… 공·사 구분은 분명하게

전주세무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서울지방국세청이나 중부지방국세청과 달리 대부분의 직원들이 가족과 같이 가깝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주로 근무하는 세무서가 익산, 군산, 전주, 북전주, 정읍 등 5곳이며, 다수의 직원들의 주거지가 전주이다 보니 여러 번 같은 세무서에서 근무하게 되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구축됐다.

또 하나 특징은 전북지역의 지리적 특성상 직원들의 성격이 온순하고 정이 많은 편이어서 가정사를 터놓고 상담하고 어려울 때 상부상조하며, 인사이동의 요인으로 불가피하게 헤어져야 하는 상황에서도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을 잊지 못해 소모임을 결성, 정기적인 만남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맡은 바 업무만큼은 공(公)과 사(私)를 분명히 처리하는 깔끔함을 잊지 않는다.

재산법인세과는 전주지역 법인사업자를 총괄하며 소득세과는 근로장려금 업무처리로 어느 부서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세청 내에서 ‘조직 속 야당’으로 불리는 납세자보호담당관실은 납세자를 보호하느라 여념이 없다.

◆본사 이전 기업 ‘법인세 50% 감면’…재산법인세과

개인에 대한 재산제세 신고 및 세원관리 뿐만 아니라 법인사업자의 법인세·부가가치세·원천세 신고, 세원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재산법인세과는 재산1계 10명, 재산2계 7명, 법인세계 12명 등 총 29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소비업종과 부동산임대업 등 개인사업자 비중이 높은 관할구역의 경제여건상 재산·법인세수를 납부하는 납세자는 전체 납세자의 9.5%에 불과하지만, 성실신고를 담보하기 위한 직원들의 열정은 대단하다.

관내 주요법인으로는 대림석유(주), (주)대광석유, 미원스페셜티케미칼(주), 주식회사 솔라파크코리아, 아데카코리아(주), 오송개발주식회사, 오일필드주식회사, (재)예수병원유지재단, 전북개발공사, 전주농업협동조합 등이 있으며, 제조업 및 건설업 법인이 전체 법인의 45%를 점유하고 있다.

법인들의 영세성을 감안해 관내로 본사를 이전해 오는 기업에 대한 다양한 혜택도 제공한다.

전주세무서는 부동산업, 건설업 및 소비성서비스업을 경영하는 법인을 제외한 모든 법인이 공장 또는 본사를 관할지역으로 이전하는 경우에는 이전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와 그 다음 사업연도부터 6년간은 법인세의 전액을 공제해주고 그 다음 3년간은 법인세의 50%를 감면해 준다.

이한철 재산법인세과 과장

이한철(사진) 재산법인세과장은 “경기침체 등 영향으로 법인들의 체납이 증가하고 있지만, 상습적이고 고질적인 체납자에 대하여는 압류재산의 즉시 공매의뢰 및 거래처 매출채권 압류 등 적극적인 체납처분을 통하여 체납액 축소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하지만 관내 기업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자금경색으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체납자에 대하여는 징수유예 및 체납처분 유예를 통하여 납세자의 어려움을 적극 구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인세과 직원들은 사업자를 대하다 보면 막무가내 식 납세자로 인해 난처한 경우를 겪기도 하지만, 본의 아니게 억울한 입장에 처하게 되는 납세자들도 상당수 있어 이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이 과장은 명의가 도용돼 법인 대표자로 등재된 후 고액의 세금체납으로 재산압류 및 신용불량 등록 등으로 자포자기하고 경제적인 고통에 처해 있는 납세자를 예로 들었다.

그는  “직원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실제 대표자를 찾아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납세자의 억울함을 해소하고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에 복귀하는데 도움을 줬다”며 “행복해 하는 납세자를 볼 때 뿌듯했다”고 말했다.

한해를 정리하는 연말이면 재산법인세과 직원들은 가장 분주하게 움직인다.

연말정산 관련하여 근로소득자의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원천징수하는 소득세와 관련하여 기초 자료 수집 및 검증 등에 업무량이 대폭 증가하여 많은 시간과 행정력이 소요되는 등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법인세과 직원들은 과내에서 계(係) 대항 족구나 탁구 대회를 실시하여 직원들 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누적된 스트레스 해소를 통해 코앞으로 다가 올 연말을 준비하고 있다.

◆조직속의 작은 야당 역할 수행…납세자보호담당관실

납세자보호담당관실은 납세자의 불편과 억울함을 국민의 편에 서서 해결해 주고 납세자 입장에서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조직속의 ‘야당’ 역할은 물론 변호사 역할까지 수행하는 부서다.

납세자보호담당관을 정점으로 민원봉사실과 납세자보호실로 구분돼 있으며, 민원봉사실에 9명, 납세자보호실에 6명 등 총 15명이 납세자들의 손과 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납세자보호실은 세무서에서 다루는 모든 세목에 대한 민원인을 상대해야 하고, 불복심리업무를 하기 위해 심도 있는 지식과 노하우 및 사실판단의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특히, 납세자보호실을 찾는 민원인은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방문하기 때문에 민원청구 내용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납세자와의 마찰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민원인은 법령 해석이나 절차보다는 세금 납부금액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법과 규정의 테두리 안에서 업무를 집행해야 하는 직원입장에서는 납세자를 납득시키기가 쉽지 않다. 이런 문제점을 잘 해결해야 하는 것이 납세자보호실이 풀어야 할 과제이다.

때문에 전주서 납세자보호담당관실에는 이 부서만의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다. ‘민원인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다 들어 주는 것’이다. 민원인의 의견을 인내심을 가지고 모두 들어 준 후 설득하면 민원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황영표 납세자보호담당관 과장

황영표(사진) 납세자보호담당관은 “직원들 대부분이 부과업무를 해왔기 때문에 과세관청의 입장은 잘 알고 있지만 납세자의 입장은 이해를 잘 못하기 때문에 ‘역지사지’로 납세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납세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과장은 “어렵게 사실 확인을 거쳐 납세자의 고충을 해결해 주면 정말 뿌듯하다. 특히 체념해 있던 민원인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더할나위 없이 자긍심을 느낀다”며 “항상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할 것을 직원들에게 주문한다”고 강조했다.

전주세무서 민원봉사실에는 또 하나 자랑거리가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민원인들이 민원실을 맞아 민원을 처지하고 있지만, 짜증내거나 불만을 표출하는 민원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 휴·폐업 신고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올해 들어 국민행복기금 대출신청이나 재형저축 등과 관련한 민원증명 신청건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민원을 처리하는 직원들 얼굴은 환한 웃음으로 가득하다.

전주서 민원실에는 인터넷PC는 물론 혈압계와 체중계, 핸드폰 충전기를 비치해 대기시간 동안 모든 민원인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민원인을 위한 작은 배려인 셈이다.

황 과장은 “하루 종일 민원인을 마주하다보면 피곤이 쌓일 수밖에 없다. 지친 심신을 다스리기 위해 점심식사 후 근처 공원 돌기, 가끔은 오후 타임에 간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세무서 후원에 있는 정자에서 직원들과 커피타임을 가지면서 일상적인 애기도 하고 불만도 들어 준다. 또 눈치 보지 말고 자유롭게 연가(年暇)나 외출을 사용하도록 하여 쌓인 피로를 풀 수 있도록 한다”며 불만 없는 민원실 운영 비결을 소개했다.

◆서민의 근로를 장려하는 세무서의 ‘작은 복지관’…소득세과

소득세과는 개인의 종합소득세 신고․세원관리 및 근로장려금 지급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이다. 특히 근로장려금 제도가 시행되면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부서가 소득세과 직원들이다.

소득세과는 소득1계 10명, 소득2계 8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에서 여직원은 7명으로 40%를 차지하고 있다. 섬세함을 요구하는 업무 특성상 여성직원이 다른 부서에 비해 높은 편이다.

소득세과에서만 담당하고 있는 근로장려금 제도는 기존 세무서의 전통적인 징수위주의 업무들과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 2009년 첫 시행할 때에 비하면 많이 달라지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지역주민들이 많이 생소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경수 소득세과 과장

이경수(사진) 소득세과장은 “근로장려금 지급대상이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지역주민이 지급대상임에도 모르고 지나가는 일이 없도록 근로장려금 신청기간인 매년 5월전에는 각종 지역축제현장 등에서 직원들이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2013년 근로장려금 심사 및 지급업무의 무난한 마무리와 현재 세무서의 어려운 난제인 체납 및 세수에 있어 실적이 당초 전망치를 상회하는 성과를 일궜다.

소득세과는 올 한해 어려움에 처한 납세자를 지원하기 위해 20억여원의 납기연장 세정지원을 펼치기도 했다.

이 과장은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려던 한 납세자가 체납된 세금으로 어려움에 처한 것을 보고 세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분할납부가 가능토록 했다. 현재 이 납세자는 밀린 세금도 꼬박꼬박 납부하고 새로 시작한 사업에 관한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도 기한 내 모두 신고납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때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이겨 내고 개인사업자로서 적지 않게 밀린 세금을 성실히 납부해 주신 납세자에게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