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전산대란으로 물의를 빚은 금융기관들이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금융사들이 보안문제에 소홀해 지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3.20 전산대란에 연루된 농협중앙회 및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신한은행, 제주은행에 대한 부문검사를 실시하고 기관주의 조치와 임직원 23명에 대한 제재를 내렸다고 5일 밝혔다.
3·20 전산 대란이란 지난 3월 20일 대한민국의 주요 언론과 기업의 전산망이 마비되고, 다수의 컴퓨터가 악성코드에 감염돼 피해를 입은 사건을 의미한다.
특히 이날 농협과 신한, 제주은행 등 일부 금융사들은 IT와 관련된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가중시킨 것으로 알려져 금융당국의 집중검사를 받게됐다.
그중 농협중앙회는 농협은행, 농협 생보·손보의 IT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하면서 방화벽 보안정책 및 백신 업데이트 서버를 부적정하게 운영한 과실이 적발됐다.
농협은행, 농협생보 및 농협손보는 농협중앙회의 IT운영업무에 대한 통제·관리와 외부주문에 대한 자체 보안대책 운용을 소홀히 해 전산사고 발생을 예방하지 못한 것이 문제가 됐다.
또한 신한은행 및 제주은행은 관리자 계정 관리가 부적정하고, 백신 업데이트 서버 관리소홀 등으로 전산사고가 발생하는 위규사항이 적발됐다.
문제는 이 같은 과실을 범하고도 금융당국의 제재가 의례 경징계에 그치기 때문에 유사한 사고가 지속해서 발생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3.20 사태는 은행의 관리능력 범위를 넘었기 때문이 아니라 일부 기관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전산사고는 무조건 불가항력적인 것이라고 돌리는 것 자체가 금융당국의 잘못"이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전산사고에 대한 당국의 징계가 가볍기 때문에 금융사들이 IT보안에 대한 투자와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는 전언이다.
금융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전산사고의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이 입는 것인데 금융사들이 소비자 보호 업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며 "당국은 이번 사태에 연관된 금융사들을 일벌백계해 전산사고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부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