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가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 경제안정을 위한 정치권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17일 민주당,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등 주요 정당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총리는 열린우리당으로부터는 해결사 칭호를 얻었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정책이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하라' 는 훈계를 들었다.
이 부총리를 가장 환대한 곳은 두번째 방문지인 열린우리당이었다. 지난 월요일 정동영 의장의 과천방문에 이은 두번째 만남이고 정 의장의 요청을 이 부총리가 대폭 수용할 의사를 밝혀서인지 칭찬이 쏟아졌다. 천용택 의원은 "이 부총리를 임명한 후 국운(國運)이 좋아지려 하고 있다" 며 덕담을 건넸고 김근태 원내대표도 "국내외 시장에서 이 부총리에 대한 신뢰가 있는 것 같다" 며 이 부총리를 추켜세웠다. 정 의장은 "이 부총리가 경제에 이어 정당까지 챙기게 해서 미안한 심정" 이라며 "경제의 중심에 이 부총리가 계셔서 다행" 이라고 말했다. 이부영 의원은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는 이 부총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더라" 고까지 가세하자 이 부총리는 "여러 정책은 정동영 의장이 말한 것" 이라고 말해 정치권으로 공을 돌렸다.
면담 말미에 한 참석자는 "지금 정국에서는 헌재만이 주목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는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 경제계에는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라며 "양쪽에서 중심을 잡아주니 다행" 이라고 말해 참석자간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는 경제살리기에는 협조할 의사를 밝혔지만 최근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연이어 쓴소리를 내뱉았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지금 시점은 매우 미묘(delicate)하다" 며 "열린우리당이 방문해 추경 편성 등 정책을 쏟아냈는데 선심성 정책 아니냐" 고 따져물었다. 이에 이 부총리가 "추경은 오해가 있었고 폭설피해, 신용불량자 대책 등 꼭 필요한 것" 이라고 답하자 최 대표는 "선심성이 아니면 선거용이냐" 고 또다시 꼬집었다.
최 대표는 이 부총리가 "정책 발표 전에 정치권과 긴밀히 협의하겠다" 고 한껏 자세를 낮추자 "총리가 주재하는 4당 정책위의장 회의를 부총리가 주재해도 상관없다" 며 협조의 뜻을 밝혔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는 이 부총리가 협조를 요청하자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정혼란을 잘 극복할 것" 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고건 총리에 대한 신뢰감 표시를 통해 '이 참에 미뤘던 몇가지 정책을 수행하겠다' 는 이 부총리에 대해 견제 의사를 밝힌 것. 조 대표는 "신불자 대책은 민주당에서도 관심이 많았던 사안" 이라며 "대행 체제가 안정되도록 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정책을 도울 것" 이라고 말햇다.
장성원 의원은 "특정 정당 의장을 만나는 것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고 꼬집었고 강운태 의원은 "이헌재 코드여야지 노무현 코드나 열린우리당 코드로 가서는 안 된다" 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