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회사가 시행사의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행사의 국세체납액을 회수하기 위해 신탁회사의 예금을 압류하는 것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유로 신탁회사의 세금을 내지 못한 회사에 대해 그 회사의 자금관리를 맡고 있는 신탁업자의 예금계좌를 압류할 경우 납세의무자가 아닌 제3자의 재산을 압류한 경우여서 당연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경란 부장판사)는 최근 K신탁업자가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압류처분무효확인소송'에서 K사의 청구를 받아들여 원고승소 판결을 한 것으로 11일 밝혀졌다.
K사는 아파트 시행사인 D사와 사업 관련 계좌를 대신 관리해 주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시행사인 D사는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체납하고 있었다.
국세청은 K사가 관리하고 있는 예금계좌가 명의만 K사로 돼 있을 뿐 D사의 자산이라고 판단해 이 예금계좌의 예금반환채권을 압류했다.
이에 대해 K사는 국세청이 체납자의 재산이 아닌 제3자의 재산을 압류한 것이어서 무효라며 맞섰다.
법원은 신탁법에서 신탁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이나 경매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는 신탁한 것을 대신 관리해 주는 수탁자를 채무자로 한 것만 포함되고, 관리를 부탁한 자를 채무자로 하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대법 86다545)고 밝혔다.
이어 K사의 예금계좌는 아파트 관련 분양대금 입금계좌 및 운영계좌로 K사 명의로 개설돼 수탁자인 K사의 소유이고, 위탁자인 D사의 소유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국세청이 D사에 대해 갖고 있는 조세채권은 신탁법에서 정한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로 볼 수 없고, 신탁 전에 이미 신탁부동산에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등 신탁재산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을 의미하는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로도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판결문(2013구합15200)에서 "국세청이 납세의무자인 D사에 조세채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납세의무자가 아닌 K사의 재산에 대해 압류를 한 것은 당연무효"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결국 K사가 농협 등에 개설한 예금계좌에 대한 압류는 납세의무자가 아닌 제3자의 재산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법률상 실현될 수 없는 것이어서 당연무효라며 K사의 손을 들어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