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 2013년 계사년 한해도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지하경제양성화'와 '비과세·감면 정비'를 통한 복지재원확보가 조세정책 및 조세행정의 주요 의제로 떠오른 한해였다.
올해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정책기조 아래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양성화를 통한 복지재원을 확보방침을 시종일관 강조했다.
하지만 상반기 10조원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세수부족사태에 직면, 복지공약을 일부 후퇴시키며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세무조사 무마 혐의로 전·현직 국세청 간부들이 줄지어 파문을 일으키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계사년. 올 한해를 수놓은 다양한 이슈들을 되짚어본다. [편집자 주]
□ 종교인 과세 '좌초'…차명계좌포상금제 첫 시행 = 조세형평성 문제와 맞물리며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던 종교인 과세문제가 이명박 정부에서 실현되지 못한 채 박근혜 정부로 바통이 넘어왔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종교계와 협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침을 철회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재부는 그 동안 진행해 온 종교계와의 물밑협상을 토대로 8월 세법개정안을 통해 2015년부터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고 이에 대해 80%의 필요경비를 인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재 여야 의원들은 정부의 입장과 달리 과세인프라가 갖춰질 때까지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종교인 과세는 앞으로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여 진다.
올해 1월부터 1000만원 이상 탈루세액 확인시 건당 50만원씩 지급되는(1인당 연간 지급한도 5000만원) '차명계좌신고포상금제'가 시행됐다.
실제로 국세청은 이를 통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총 3545건의 차명계좌를 확보했으며, 총 335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아울러, 차명계좌 신고포상금제가 신설된 후, 이에 따른 포상금을 전문적으로 노리는 이른바 ‘세(稅)파라치’들의 활동도 활발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 2월 본청과 지방국세청, 일선 세무서에 배치된 인력들을 재조정했다. 구체적으로 체납징수 분야에 100여명 세무조사 분야에 400여명의 조사요원이 새롭게 투입했다.
하지만 인력의 '순증'이 아닌, 국세청이 가지고 있는 인력풀 틀 안에서 재조정한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직원이 줄어든 일선 세무서는 유난히 인력난에 시달리기도 했던 한해였다.
□ '뇌물비리'로 얼룩진 국세청 = 3월,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국세청 조사1국 소속 세무공무원 9명이 2009년 9월~2011년 2월까지 7개 업체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사실을 적발했다.
비리사건에 연루된 9명의 국세공무원 중 6명은 현직, 3명은 퇴직한 상태로 뇌물수수 당시 서울국세청 조사1국 내 한 팀에서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덕중 국세청장은 4월 부임 후 처음 열린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대강당을 가득 채운 국세청 고위직들과 눈을 감고 목민심서 청렴편 글귀를 되새기며 '성찰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4월 '새로 쓴 소득세법·법인세법 전부 개정안'을 발표하고, 조세전문가들과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읽는 것조차 어렵고, 이해하기는 더 힘들었던 복잡한 세법을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전면 개정한 것으로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아울러 1976년 만들어진 이후 단 한번도 전면 개정되지 않았던 37년 묵은 부가가치세법은 '새로 쓴 부가세법 전부 개정안'을 통해 7월부터 전격 시행되고 있다.
□ 조세피난처, 유령회사 설립 한국인 명단 공개 = 5월은 조세피난처를 통한 역외탈세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한 달이었다.
인터넷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공동취재 결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들이 모두 245명이라고 밝히며 파장을 몰고 왔다.
당시 국세청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과세처분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조세피난처를 통한 역외탈세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편, 5월에는 잠실세무서와 포천세무서가 각각 개청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 국세청은 111개 세무서 시대를 열게 됐다.
서울국세청 산하 25번째 세무서인 잠실세무서는 송파세무서가 담당하고 있는 관할의 일부를 흡수했으며, 중부국세청 산하 29번째 세무서로 기록된 포천세무서는 의정부세무서 관할 지역 중 연천, 동두천, 철원 지역을 이관 받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내년에는 4개 세무서가 일거에 개청하는 등 일선 행정조직이 대폭 확충될 것으로 보여 진다. 관계기관에 따르면 내년 신설되는 세무서는 일산 세무서, 경기광주 세무서, 김포 세무서, 북대전 세무서 등이다.
6월, 한국세무사회는 그 어느 단체보다 뜨거운 한 달을 보냈다. 제 28대 한국세무사회 임원선거(회장, 윤리위원장, 감사)가 있었기 때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세무사회 임원선거는 서울지방세무사회를 시작으로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중부를 거치며 1주일간 치러졌고, 정구정 세무사가 과반을 웃도는 득표율(51.8%)을 기록하며 3선에 성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