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기업은행장에 대한 청와대 검증이 본격화되며 모피아 출신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거부감이 표면화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은행장으로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차관과 내부출신의 조준희 현 기업은행장, 김규태 전무에 이어 기업은행 최초 여성 임원인 권선주 부행장 등이 청와대의 검증 대상에 올라 있다.
이와 관련 기업은행 노조에서는 낙하산 인사 저지 투쟁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가동시키며, 청와대에서 낙하산 인사를 임명할 조짐이 보일 경우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20일 홍완엽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사진)을 만나 낙하산 인사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기업은행 내부 분위기를 전해 들었다.
홍 노조위원장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임원선거에서 김문호 위원장 후보의 러닝메이트(수석부위원장)로 나서 이날 개표를 기다리는 촉박한 상황에서 조세일보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 주었다.
홍 노조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직후 제일 먼저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하는 등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하고 있는데 모피아 출신의 은행장을 보내 중소기업 금융을 망치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모피아 출신 은행장에는 희망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과거 모피아 출신의 기업은행장들은 중소기업을 위한 긴 안목의 정책보다는 3년 뒤 어디에 가야 할 지에 대한 관심 밖에 없었다"며 "중소기업 지원은 나름대로 소신과 철학이 있지 않고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업은행에서만 모피아 출신의 은행장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까지 진행된 금융권과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의 결과만 봐도 잘 알 수 있지 않냐"며 "단순히 퇴임 관료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한 식의 낙하산 인사는 개혁의 대상일 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노조위원장은 현 조준희 은행장에 대한 연임 지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모피아 출신에 대한 반대로 내부출신 은행장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게 아니라 분명하게 말하면 현 조준희 은행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것"이라며 "능력과 실력을 검증받은 인사가 은행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실제 노조에서 지난 10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73.3%가 자행 출신 은행장을 원했고, 조준희 은행장의 연임을 원한다는 답변은 82.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홍 노조위원장은 조 은행장이 공채 출신의 첫 은행장으로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기업은행을 일반 국민들에게 알리는데 성공했고, 중소기업 대출 금리 한자릿수로 인하, 지적재산권 담보대출 등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들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왔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그는 "기업은행장 낙하산 인사 반대는 작게는 1만3000여 기업은행 직원들을 위한 투쟁이지만 중소기업과 국민, 넓게는 대한민국을 위한 정당한 투쟁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에서 모피아 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고집할 경우 금융노조와 연대해 결사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며 비장한 의지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