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부터 예고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축소가 현실화 됐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테이퍼링)은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덤덤했다.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올 것이 와서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눈치다.
국내에서는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본입찰이 시작되며 관심을 끌었다.
예견된 대로 KB금융, NH농협금융, 파인스트리트 그룹이 주 입찰자로 참여했지만 패키지 매각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주요 입찰자들이 알짜 계열사인 우리투자증권 인수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고, 패키지에 들어간 일부 계열사의 경우 헐값 매각 논란까지 일고 있는 상황이다.
■ 양적완화 축소결정…"불확실성 해소됐다" = 지난 1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내달부터 모기지담보증권(MBS)과 장기국채 매입 규모를 각각 50억 달러씩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간 시행해온 양적완화 정책을 축소하겠다는 신호다.
미 정부기관이 자국채권을 구매하면 시중에는 쿠폰(채권) 대신 현찰이 늘어난다. 통화량이 늘어나면 달러 가치는 떨어지고, 시중에 풀린 자금은 투자처를 찾아 헤매게 된다.
이것이 미국의 양적완화가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는 원리이며, FRB의 양적완화 축소결정이 국내 금융권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양적완화 축소 방침이 발표되자 한국 금융당국은 즉각적인 투자자 안심시키기에 들어갔다.
금융위원회는 "FOMC 회의 후 미국 증시가 호조를 보이는 등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시장에서 변동성 확대보다는 불확실성 제거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이는 이미 예견된 이벤트로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우리나라의 CDS프리미엄이 전일 대비 하락하고 NDF 원화환율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처럼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글로벌 시장 및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한다"며 힘을 보탰다.
김기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테이퍼링 발표는 정책 불확실성 완화를 의미한다"면서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가 재부각 되는 시점은 양적완화 종료 시기가 임박할 때인 것으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연준의 금리인상 예상 시기가 늦춰진 것은 단기금리 안정으로 연결되면서 전체적인 채권수익률의 상단을 제한할 전망"이라며 "내년 1분기까지는 정책 불확실성 완화에 따른 완만한 금리반락이 예상되므로, 단기적인 금리상승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하기를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 "장사는 아무나 하나"…정부, 우리금융 매각놓고 '골머리' = 지난 16일 개시된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 본입찰에 KB금융그룹, NH농협금융, 파인스트리트가 참여하며 업계 종사자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우리투자증권은 우리금융의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이며 우리자산운용,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저축은행과 함께 묶여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
공적자금 회수의 극대화를 꾀하는 정부는 매각가가 최소 1조2000억원 이상이 되기를 원하는 반면, 시장에서는 인수자들이 제시할만한 최고 가격이 약 1조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각의 핵심인 우투증권에 비해 패키지로 묶인 계열사들의 가치가 그다지 높지 못해 일괄판매가 오히려 매각가격을 낮추고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KB금융은 인수 가격을 제안하면서 우투증권에만 1조1000억에서 1조2000억원 가량을 제시하는 대신 아비바생명과 저축은행에 대해선 마이너스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나머지 매물을 제외한 채 우투증권만 사겠다는 뜻을 돌려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파인스트리트는 우투증권과 우리자산운용 2곳만 살 경우 1조2500억원 안팎을 내겠다고 제안해 정부 관계자들의 골머리를 썩이게 했다.
이와 별도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키움증권은 우리자산운용에 대해서만 입찰가를 제시해 개별 매각을 촉구했다.
매각주체인 우리금융은 20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패키지 입찰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