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의 컨설팅 업무를 금지하는 법안을 놓고 뜨거운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비감사 업무 수행으로 인해 회계법인의 외부감사 대상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감사품질을 저해할 수 있다는 시각과, 기업이 양질의 비감사 서비스를 제공받을 기회를 제한해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는 판국이다.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과 민주당 이종걸, 김기식 의원은 2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회계투명성 강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공동토론회를 개최했다.
김기식 의원은 지난달 '공인회계사법 일부 개정법안'을 발의하면서 "회계법인의 컨설팅 업무 발주로 인해 감사인의 외부감사 대상회사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감사인의 독립성과 외부감사의 품질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는 요소"라고 주장한 바 있다.
외부감사는 그 특성상 부실감사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품질이 중요한 업무인데, 회계법인들이 비감사업무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정작 본연의 역할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토론에 나선 최진영 금융감독원 회계전문심의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과다한 비감사업무 수행으로 인한 감사인의 독립성 저해 우려에 따라 해외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있다"면서도 "다만 감사인의 비감사업무가 독립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대립되는 의견이 있어왔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만 엄격한 제도를 곧바로 도입하기 보다는 국제적 추세 등을 감안해 점진적 시행이 필요하다는 것이 최진영 위원의 의견이다.
반면 토론회 발제를 맡은 황인태 중앙대학교 교수는 "일률적으로 모든 컨설팅을 규제하는 경우 회계법인의 회사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기업에 대해 '을'의 입장인 회계법인들의 사업다각화를 허용해 외부감사 대상회사에 대한 종속관계를 어느 정도 청산시킬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최문원 대명회계법인 대표이사는 "감사인의 비감사업무를 금지하는 것은 기업이 양질의 비감사서비스를 제공받을 기회를 제한해 경제적 비효율을 발생시킨다"고 우려했다.
최문원 대표는 "중소회계법인은 대부분 감사대상회사에 대해 비감사업무를 제공함으로써 수입원을 다양화하고 회계법인의 전문능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 입법안은 중소회계법인의 비감사업무 제공 기회 자체를 박탈해 감사 뿐 아니라 컨설팅 업무와 관련해서도 대형회계법인에게 더욱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고 주장했다.
권수영 고려대학교 교수는 "해외사례를 보면 (비감사업무) 금지대상을 독립성 저해위험이 높은 업무로 제한했다"면서 "학술연구에서도 비감사업무가 독립성을 저해한다는 결과가 관찰 된 적이 없다"고 전했다.
현재 EU나 미국, 영국에서는 회계법인이 전문가적 판단이나 감사보고서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 비감사업무 제공이 가능하다.
권수영 교수는 "비감사업무의 전면 금지보다는 감사품질의 제고효과가 있는 경우 허용하는 제한적인 금지가 바람직하다"며 "국제윤리기준의 안전장치, 감사위원회의 비감사업무 승인, 비감사업무의 충분한 공시로 긍정적 효과를 실현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