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23일 오후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측은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조세를 포탈한 기소 내용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부(재판장 김용관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는 증인으로 미국 현지법인 CJ아메리카의 서 모 상무를 불러 심문을 이어갔다.
검찰은 우선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차명으로 주식을 관리하면서 양도소득세를 포탈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이 회장측은 해외 투자목적회사(SPC)을 차명으로 설립한 것은 맞지만, 투자목적회사가 설립 목적이 경영권 방어 차원이라고 맞섰다.
이 회장측 변호인들은 당시 삼성으로부터 계열이 분리 독립되면서 CJ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금을 관리할 필요가 있었고 BW를 발행해 2004년 행사하면서 주식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들은 이 과정에서 세금납부의 주체가 이 회장이 아닌 SPC법인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측은 해외 SPC가 경영권 안정화를 위한 투자목적이라면 이 회장이 SPC를 설립하지 않고, 직접 주식 투자를 하면 되는데 왜 SPC를 설립해 주식을 투자하는지 설명해 보라고 서 씨를 몰아세웠다. 서 씨는 경영적 판단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피해갔다.
검찰이 해외 페이퍼컴퍼니의 설립자와 실질적 지배자, 관리 운영자가 누군가라고 묻자 서 씨는 이 회장이 설립했고, 지배자는 이 회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2008년 국세청의 CJ 주식변동조사 결과 해외 CJ측이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주식을 투자하는 형태로 실질 소유자가 드러나게 하지 않게 함으로써 세무조사를 피해갔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세청은 조사 결과 '기관 투자자 명의(해외 금융기관)로 돼 있어 실질 소유자를 알 수 없어 조세 포탈 혐의를 찾을 수 없다'고 나왔다며 이 같은 방식으로 조세를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해외 조세포탈 부분에 대한 심문에서 쟁점으로 페이퍼컴퍼니인 탐릿지가 검찰의 주장대로 주식을 취득했는지, 변호인의 주장대로 파생결합상품을 취득했는지 여부에 대해 검찰측 주장을 정리해서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이어 검찰과 변호인 양측에게 무상증자 부분의 세액 계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 BW의 주식 전환시 양도세 계산문제 등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 주도록 요구했다.
재판부는 증인심문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새로운 자료가 제출됨에 따라 내년 4월이나, 5월로 선고가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양측에서 논거와 근거 자료를 잘 준비해서 제출해주도록 당부했다.
다음 기일은 30일 오전과 오후 증인심문이 계속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