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지방세법은 나이트클럽·룸살롱·요정과 같은 고급오락장과 별장·골프장·고급주택 등 사치성 재산에 대해서는 취득세, 재산세 등을 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과거, 사치성 품목에 대한 소비를 줄이기 위해 마련된 이 규정은 경제의 규모가 클 만큼 큰 지금 현재까지 굳건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아무리 일반적인 국민정서와 부합하지 않는 재산에 대해 붙는 세금이라도 과세권 행사에 앞서 사실관계는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세 대상의 실체 및 사용현황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겉모습만 보고 무턱대고 과세하다가는 과세당국이 오히려 '된서리'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 '노래방'에 적용된 중과세 = A씨는 건물 한 층에서 유흥주점과 노래방을 함께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유흥주점과 달리 노래방은 장사가 잘되지 않았고, 결국 A씨는 다른 이에게 노래방을 임대해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우선 노후화된 노래방 시설이 문제라 생각한 A씨는 폐업신고를 한 뒤, 내부수리를 시작했습니다. 유흥업소와 같이 사용하던 메인 출입구의 요금계산대를 철거하고 후문 방향으로 요금계산대를 새롭게 설치했습니다.
영업부진으로 어려움은 겪었지만 임대를 위한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생각한 A씨. 하지만 '비극'은 폐업 후 2달여 만에 찾아왔습니다.
현장을 확인하러 온 세무조사 요원이 노래방과 유흥주점을 하나의 영업장이라 판단, 노래방에 유흥주점과 같은 취득세를 중과세한 것 입니다.
A씨는 같은 층에 두 가게가 같이 있지만 엄연히 다른 사업장이라며 과세관청의 처분에 이의를 신청하고 심판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 "조사요원 선입견이다" vs "출입구와 카운터 같은데?" = A씨는 "조사요원이 노래방 출입문의 자물쇠를 열어준 종업원을 유흥주점에서 일하는 것으로 오인, 노래방에서 유흥주점 영업을 한다고 판단했다"며 "납세자를 설득시킬 입증자료도 확보하지 않은 채 조사요원의 선입견에 따른 자의적인 판단이므로 근거과세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각 객실에 영업을 위한 준비물이 확인된 사실도 없고, 유흥접객원을 두고 있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는데, 단지 유흥주점의 상호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노래방이 유흥주점 영업을 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
그러면서 "노래방은 이미 영업부진으로 임대하기 위해 폐업신고를 하고 내부수리 중에 있어, 영업자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또한, 객실 형태도 고급 마감재를 사용한 유흥주점의 객실과 달리 노후화돼 있는 등 객실 형태에 많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이어 "노래방이 중과세 대상이 된다는 과세관청의 억지판단의 결과로 현재까지 업소를 폐쇄하고 노래방 영업자체를 하지 못함에 따라 금전적인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이에 과세관청은 "유흥주점과 노래방으로 구분해 영업허가를 받았더라도 같은 출입구와 카운터를 사용하면서 룸도 연결되어 있어, 전체 면적을 고급오락장으로 보는 처분은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고급오락장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현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고급오락장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있으면 충분하며, 영업을 함에 있어 인·허가를 받았는지 여부 등은 상관없다"고 반박했습니다.
□ 심판원, "과세관청, 객관적 자료 제시 못했다" = 사실관계와 양측의 의견을 면밀히 살핀 심판원은 과세관청의 처분에 문제가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심판원은 "노래방은 조사요원이 현장 확인을 하기 전에 이미 폐업신고를 했고, A씨가 제출한 노래방의 내부시설 사진을 보면, 내부시설이 노후화돼 유흥주점의 내부시설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과세관청은 노래방 현장 확인복명서 외에 유흥주점영업을 했다는 객관적 입증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복명서에도 노래방에서 유흥주점영업을 준비 중에 있었다거나 실제로 유흥주점 영업을 한 사실을 직접 확인하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래방이 고급오락장에 해당한다는 객관적인 과세근거 자료를 제시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A씨가 노래방을 고급오락장(유흥주점영업장)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아 취득세 등을 중과세한 과세관청의 처분은 잘못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2지06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