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후 찜질방을 즐겨 찾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찜질방 불가마에서 숙면을 취하다 화상으로 숨진 A씨의 사연을 들으면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A씨는 어느 저녁 늦게 술에 취한 채 사우나에서 취침 후 귀가하겠다고 가족들에게 알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 74도(℃)의 불가마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A씨의 가족들은 망연자실했지만,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A씨는 상해 사망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 2개에 각각 2000만원과 1000만원씩 가입된 상태였습니다.
유족들은 평소 건강한 A씨가 찜질방에서 수면 중 사망한 것은 약관상 상해에 해당한다며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문제는 경찰에서 밝힌 사망 원인이 미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보험회사 측은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는 만큼 이 사고가 약관에서 보상하는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는 지 명확하지 않으며, 신청인이 이에 대한 입증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절망한 유족들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 도움을 청했고 마침내 보험금 3000만원을 전부 돌려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분쟁조정위는 해당 약관상 보상하는 손해에 해당하려면 이 사고가 급격성, 우연성, 외래성 3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사고와 상해, 즉 원인과 결과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약관상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란 객관적으로 볼 때 보험계약자가 예견할 수 없고 자살과 같이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상해나 사망의 원인이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과 관계없는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을 의미합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온의 밀폐 공간에서 질식 사고가 발생한 것은 피보험자가 예견하지 못한 것일 뿐 아니라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 것도 아니다"며 "또 평소 A씨가 사망에 이를 만한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있는 증빙도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한편, 대법원은 원룸에서 에어컨을 켠 상태로 잠을 자다 사망한 피보험자의 경우 부검을 반대한 유족들이 이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판결한 적이 있습니다.(대법원 2010.9.30. 선고, 2010다122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