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피해 보상된다던 당국…2차 피해는 나몰라라?
"스팸문자, 보이스피싱은 피해 입증가능성 희박"
"보이스피싱을 당할 경우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로 인한 것인지 소비자가 어떻게 입증이 가능하겠어요. 피해자들은 유출 과정과 시스템을 모르는데 말이죠. 행정편의주의적인 피해 예방책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밖에는 생각이 되질 않아요"
KB국민, 롯데, NH농협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직장인 박모 씨(36세. 여)는 최근의 정보유출 사태로 인해 허망한 심경이다.
3개 카드사 모두로부터 개인정보가 유출된 만큼 한동안 보이스피싱 등 전자금융사기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 그의 우려사항.
아울러 그는 막상 피해를 막기 위해 취해야 할 방법도 자세히 알지 못할 뿐더러, 당국마저 뜬 구름 잡는 대책만을 내놓고 있어 답답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최근 3개 카드사(국민, 롯데, 농협)로부터 약 1억 500만건의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발생했지만, 금융당국에서는 실효성 없는 대책만을 내놓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인해 유출된 정보에는 카드 비밀번호가 포함되지 않아 예금인출이나 카드복제 등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개연성은 낮지만, 휴대폰 정보를 이용한 스팸 광고 발송, 보이스피싱 등에 악용될 가능성은 높은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2차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들이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번호 도용으로 인한 피해의 경우 해당 카드사가 보상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면서도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는 개연성 확인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지난 19일 금감원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번 정보유출 사고로 인해 고객의 금전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해당 카드사가 보상할 예정"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당국이 피해보상을 호언장담한 부분은 예금인출이나 카드번호 도용 등 직접적인 피해만을 의미하는 것일 뿐, 전자금융사기 등 2차 피해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번 사태의 피해자인 최모 씨(27세. 남)는 "금융사를 통해 이름이나 연락처가 유출되는 것은 이제 익숙한 일"이라며 "당분간 스팸문자나 대출유도 전화가 쏟아질 것을 각오하고 있다"며 씁쓸한 심경을 전했다.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이번 카드사 정보유출로 인한 금융소비자들의 사고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유출피해자에 대한 일정금액 보험가입 조치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불안을 줄이고 고객정보 수정, 사고예방 모니터링 제도 시행 등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금감원 측은 개인정보 유출로 불안해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신용카드를 즉시 재발급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각 카드사 홈페이지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7일 유출 조회 서비스가 시작된 후 3일 동안 총 451만건의 조회가 이뤄졌으며, 카드재발급 혹은 해지를 신청한 건수는 5047건을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