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은행'을 표방하는 KB국민은행이 서민금융 실적 달성을 위해 지난해 말 갑작스럽게 지원액을 늘렸던 사실이 드러나 눈총을 사고 있다.
더군다나 서민지원을 위해 정부가 도입한 '새희망홀씨' 취급목표액을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새희망홀씨란 소득이 적거나 신용이 낮아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별도의 심사기준을 마련해 대출의 기회를 제공하는 금융상품이다.
20일 금융당국 및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은행의 새희망홀씨 대출 취급액은 2597억원으로 연초 목표의 88.8%에 그쳤다. 이는 국민은행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우리·신한·하나)이 목표액을 평균 11% 이상씩 초과달성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더 큰 문제는 3분기까지 1294억원에 그쳤던 국민은행의 새희망홀씨 취급실적이 4분기에만 1303억원으로 급증했다는 것. 서민금융 취급실적이 타 은행에 비해 크게 저조하자 연말에 들어 황급히 대출을 확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연말에 '밀어내기'를 단행했다"면서 "연내에는 신경을 안 쓰다가 연말에 목표 맞춰보려고 막판에 열심히 했는데 잘 안 된 것으로 보인다. 서민지원이라는 취지와는 거리가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희망홀씨 취급 목표액 설정에 강제성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은행들의 실제 달성률이 목표에 미달해도 별다른 제재가 가해지진 않는다. 다만 대외신인도에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된 경향이 좀 있다"면서 "올해는 열심히 하겠다"고 짧게 답변했다.
이런 와중에 국민은행은 이달 중순 새희망홀씨 대출 취급 목표액을 올해 3000억 원으로 잡고 관련 대출 확대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실적에 급급해서 연말에 밀어내기를 하는 것은 새희망홀씨에 대한 의미나 취지를 퇴색하게 하는 것"이라며 "당국이 서민금융 지원실적 진도율을 KPI(핵심성과지표)에 반영해서 지점이나 담당자들이 관심을 가지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