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 정보 유출 사태가 전(全)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결국 금융 당국도 주민등록번호 제공의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이번에 카드사로부터 유출된 정보가 계좌 번호, 신용 등급 등 중요하고 민감한 내용이었던 것에 비해 주민등록번호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보안이나 관리에 대한 인식이 소홀한 편이다.
공공 기관뿐 아니라 경제활동, 일상생활 곳곳에서 주민등록번호 제공을 요구하는 관행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일면서 이번 사고를 일으킨 금융권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할 대안을 찾으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위원회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28일 브리핑을 열고 "현재 조사를 진행중이며, 주민등록번호 필요 없이 금융거래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루 전인 지난 27일 그는 "현행법상 금융거래 시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할 방법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외국의 경우 금융거래 시 반드시 신분 확인 번호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한국은 금융실명제에 의해 주민등록번호가 의무적으로 제공된다.
주민등록번호는 성별과 연령, 생일, 출신 지역을 식별할 수 있는 만큼 사생활 노출의 가능성이 있고 개인 정보를 악용한 금융 범죄에 쓰일 위험도 크다.
반면 금융거래를 이용한 범죄나 돈세탁을 상당 부분 막는 효과도 커 그동안 차명 거래 금지를 강화해 온 정부 정책과 상반될 소지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기업과 정치인의 불법 자금이 큰 문제가 되면서 차명 거래가 타깃이 됐는데, 금융거래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없애는 방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