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계열사 자금을 최태원 회장 등과 공모해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 기소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 대해 재판부가 징역 3년6월 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재판장 설범식 부장판사)는 28일 김 전 고문에게 "횡령 및 범행의 주도적 지위에 있었다"며 "김 전 고문의 역할이 중요하고 범행 후 행위도 좋지 않아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지난 1998년 김 고문을 알게 된 후 국제정세와 환율 등의 얘기를 나누면서 상속재산 일부를 김 전 고문에게 투자했고, 그 외에도 여러 번 직접 경험에 의해 김 전 고문이 주식과 관련해 신비한 능력이 있다고 믿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고 최종현 회장의 사망과 상속 과정에서 동생 최재원과 다른 상속자들이 상속을 일부 포기하면서 최 회장에게 경영권 지분을 몰아줬고, 이러한 분배 문제로 마음의 빚이 있는 최 회장이 투자수익을 동생 몫으로 해 마음의 빚을 덜려고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전 고문과 최 회장 형제, 김준홍 베넥스 대표가 이러한 특수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SK 계열사의 자금을 옵션 투자금으로 마련하려 했던 것이 이 횡령 사건의 핵심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최 회장이 SK C&C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김 전 고문에게 옵션투자금을 보내기로 했던 사실과 김준홍 대표에게 직접 지시했던 사실을 적시하면서 저축은행 대출금을 김 전 고문에게 송금한 전 과정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신속하고 무리하게 베넥스 펀드 출자금을 선지급하도록 SK 계열사에 지시해 김 전 고문에게 보낼 옵션투자금을 마련한 것은 다른 합리적인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김 전 고문에게 보낼 옵션투자금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면 김 전 고문이 최 회장에게 펀드 출자금을 요구할 이유도 없고, 김준홍 대표가 최 회장에게 당당하게 찾아가 펀드 출자를 요구할 이유도 없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김 전 고문이 김준홍과 개인적인 거래일 뿐 최 회장과의 거래 관계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최 회장이 신속하게 며칠 안에 계열사에 펀드 출자를 지시한 것은 오히려 김 전 고문이 최 회장에게 펀드 출자에 대해 얘기를 했고, 이를 실무적으로 김 대표가 처리한 것으로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준홍 대표가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는 김 전 고문측 주장도 배척하면서, 오히려 김 대표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고, 김 전 고문의 진술이 거짓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경우 SK 그룹의 대책회의와 시나리오에 따라 일부 진술을 번복했지만, 대체로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오히려 김 전 고문의 경우 김 대표의 진술을 탄핵할 수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국내에 들어오지 않음으로써 탄핵 가능성을 없애버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전 고문이 최 회장 형제, 김준홍 대표 등과 공모해 450억 원을 횡령한 이 사건은 SK 회장, 부회장의 지시로 전문적인 검토도 없이 펀드 출자금을 선지급해 SK 주주와 계열사에 피해를 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SK계열사의 펀드 출자를 가능하게 한 것은 최 회장 형제이지만, 그 가운데서 출자금을 선물투자금으로 보내도록 한 것은 김 전 고문의 역할이었다"며 "이 횡령 사건으로 이익을 향유하고 450억 원으로 보험료 등 자신의 개인용도로 사용한 점과 옵션투자금으로 전환한 정황이 보이지 않은 점, 범행 후 행위도 좋지 않은 점 등이 불리한 양형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밖에 양형 사유를 참작해 김 전 고문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