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불황 여파로 2008년 이후 최악의 실적
"불황 관계없이 세금 내야 하지만..." 업계 뒤숭숭
올해 대형 증권사들이 한꺼번에 세무조사가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정부 출범 후 첫 세무조사가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삼성증권, 교보증권, KTB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동부증권 등 주요 증권사에서 이뤄졌다.
증권사 세무조사가 통상 4~5년 주기로 진행되는 것을 감안할 때 올해에는 SK증권, 미래에셋증권, KDB대우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 등 세무조사가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증권사는 지난 2010년 무더기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은 일이 있다.
특히 새 정부 초기에는 세무조사가 비교적 강도 높게 시행되는 경향이 있어 2~3년 만에 또다시 받는 증권사도 생겨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제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3년 만에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아울러 지난해 세무조사를 받은 교보증권의 경우, 이례적으로 4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려 주목을 받았다.
문제는 증권업이 이례적인 불황을 겪고 있는 점이다. 지난 2012 회계연도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은 1조2408억원으로 1년 만에 43.9% 감소했다. 이는 금융 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실적이다.
뿐만 아니라 62개 중 15개 증권사가 적자를 기록, 이들의 순손실 규모만 2907억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 내부에서는 세무조사에서 이 같은 업계의 어려운 상황이 고려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 기업들이 세무조사를 세게 받는 추세인데, 증권사들은 특별히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60곳 중 30곳이 적자인 상황에서 세무조사를 세게 하는 것은 우는 아이 뺨 때리는 격 아니냐"고 반문했다.
반면 과거와 비교할 때 확실히 세무조사 강도가 세졌다는 증언들도 많다.
또 다른 증권사의 관계자는 "회사 차원이 아닌 개인적 생각으로 유독 강한 느낌이 든다. 세수 부족을 메우려 기업들이 타깃이 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세무조사가 실시된 증권사의 관계자는 "세수 확보가 이슈가 되는 만큼 고강도인 것 같다. 세금은 불황에 관계없이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최근 세무조사가 종료된 증권사의 임원도 "(예년보다) 강도가 세지고 보다 꼼꼼히 들여다봤다"고 전했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국세청 세무조사가 증권사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이유는 이번 정부 들어 금융권 전체가 세금과의 전쟁을 겪은 일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은행, 보험회사 세무조사 실시 후 국세청은 일부 시중은행과 외국계 증권사에 수천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법인세를 추징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