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중 금융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평균보다 높아지는 등 최근까지 금융시장은 많은 성장을 거뒀습니다.
금융 산업이 근본적으로 라이선스(license)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이러한 발전의 배경에 정부 역할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규제를 언제 풀고 조이고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시장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정부의 금융정책을 지켜보면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할 기능을 대신해 도 넘는 관치(官治)를 보여준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정부에서 시도 중인 4대 악(惡) 피해 보상 보험입니다.
4대 악이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성폭력, 가정 폭력, 학교 폭력, 불량 식품'을 뜻합니다. 따라서 4대 악 보험이라면 이와 관련한 위험으로부터 사회 약자들을 보호하고, 이를 상품화해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미래의 위험에 대비해 금전을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미래의 안정을 보장 받기 위해 현재의 손실을 감수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과연 4대 악 보험의 가입자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정부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겠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금융 당국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목소리들이 들립니다.
한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누구를 위한 보험인가. 실체가 없다"고 말하며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 이와 비슷한 정책적 금융 상품이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재형(재산 형성)저축, 소득공제 장기 펀드 등 정부가 세제 혜택을 줘 예금과 펀드 투자를 유도하는가 하면, 저소득층 채무자들의 이자를 감면해주는 국민행복기금도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정책적 금융 지원은 실패로 끝날 수도, 많은 국민들의 삶을 안정시킬 수도 있습니다.
과거 1970년대 재형저축이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서 '꿈의 통장'으로 불리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수요와 필요를 무시하고 윗선의 지시에 의해 막무가내로 만들어지는 금융 상품은 금융 당국 관계자의 말대로 '도대체 누구를 위한 걸까'라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기도 합니다.
이 관계자는 "만일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상품이었다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금융회사들이 알아서 만들었을 것이다. 특히 보험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꼬집었습니다.
만일 정책이 실패로 돌아가면 그동안 들인 사회적 비용과 시간은 고스란히 기업(금융회사)의 몫이 되고 말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