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외' 김황식 등 거론…출마 선언한 이혜훈‧정몽준‧서병수 반발
6.4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내 '박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 주자들을 밀고 있다는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증폭되고 있는 것.
서울시장 후보에 당 소속이 아닌 김황식 전 총리가 거론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새누리당 후보들이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 약세를 보이는 부산시장도 비슷한 사례다. 무소속으로 출마를 고민하던 오 전 장관을 여당 후보로 찍은 거 아니냐는 소문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각 단체장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 출마 선언한 후보들, "박심 마케팅에 기대는 후보, 자격 없다" = 12일 부산시장에 나서는 서병수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을 자청해 '당 지도부가 오 전 장관을 접촉했다는 설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오 후보의 경우 과거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서 두 번이나 시장선거에 나왔다. 지금 당장의 유‧불리를 좇아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혜훈 최고위원 역시 지난 11일 "최근 지방선거에 거론되는 후보와 관련해 소위 ‘박심 마케팅’을 조장하는 사례가 있다"며 "혹시라도 은근히 ‘박심 마케팅’에 기대어 승산을 높여보려는 후보가 있다면 권력자나 팔고 권력자의 입맛에 맞추려는 사람으로 공직선거에 나올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은 이 최고위원의 선거를 돕는다는 언론보도가 나와 정정 보도를 요구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내가 어떤 후보에게 사무실을 내줬다, 또는 몇 명을 지원했다는 풍문은 잘못된 것이다. 그런 일 없다"며 "'박심' 이야기는 당에 도움이 안 되고 부끄러운 이야기가 된다"고 일축했다.
서울시장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정몽준 의원도 '박심'에 대해 "당에 부담이 되는, 국민에게 실망을 느끼게 하는 용어"라며 "저는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창으로 선거대책위원장을 했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아는 사람으로서 저도 '친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분류해 달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당 지도부가 계속 강조하는 '중진차출론' 역시 출마 선언한 후보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경기도지사에 도전장을 낸 원유철 의원은 이날 "중진차출론이 계속 논란이 되면 당사자는 물론 출마를 선언한 혹은 출마할 모두의 경쟁력에 상처를 입는다"며 "당에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지방선거 총괄 책임자인 홍문종 사무총장은 '중진차출론'에 대해 "언론에서 쓰는 이야기"라고 일축하며 "저희는 새누리당의 모든 역량을 집결하자고 해서 '총동원령'이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 지방정부 민주당 다수…'현역 프리미엄‧인물난'에 허덕 = 이 같은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에는 지방정부가 사실상 민주당 소속이 많은 상황에서 현역 프리미엄을 극복할 만한 인물이 마땅치 않는데다 믿고 있는 영남마저 안심할 수 없는 민심과 여론조사가 나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 전략기획 측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서울, 인천, 강원, 충청 등 영호남을 제외하고는 우리가 열세인 상황"이라며 "현역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고 현 시장이나 도지사들의 인기가 좋은 편이라 당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전력투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이 없으니 소문만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후보들이 입장을 빨리 정리해야 이런 말들이 안 나오는데 언론에 확답을 안 하니까 계속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 與 "박심 아무도 몰라, 비대위 빨리 구성해야"…野 "與후보들 박심만 보고 있어" = 다른 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빨리 비대위나 선거대책위를 구성해서 '박심'논란을 잠재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솔직히 박심은 아무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논란만 커지게 둬서는 안 된다. 선거경선 룰을 정하는 것부터 전대시기 등 당헌규정 사항들이 있다. 이를 위해 늦더라도 의총을 열어 정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심' 논란 증폭에 대해 민주당 서울시당 황대원 대변인은 김 전 총리와 정 의원, 이 최고위원을 지목하고 "서울시장에 출마하려는 새누리당 후보들의 마음 속에 서울 시민이 없다"며 "새누리당 서울 시장 후보들이 서울 시민의 마음을 보지 않고 오로지 '박심'만 보고 있다"고 질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