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라"…'기부' 참의미 퇴색시키는 세무사회 행보

지난해 12월 출범한 세무사회공익재단이 후원금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후원금 부족분에 대한 압박이 세무사 회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회원 1인당 일반인이나 거래처에서 20명의 후원회원을 모집해오라던 세무사회는 모집상황이 여의치 않자, 최근 여기에 더해 회원들의 직접 기부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무사회는 지난 11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2012회계연도 실적회비 결정액을 기준으로 수입금액 3억원 이상 회원은 50만원, 2억원 이상~3억원 미만 30만원, 2억원 미만 회원의 경우 20만원을 요청키로 하는 (특별)기부금 모집안을 상정·의결했다.

세무사회에 따르면 1만명 회원 중 수입금액이 3억원 이상인 회원은 3000여명, 2억원~3억원 미만은 1800여명, 2억원 미만은 5100여명. 만약 이들이 세무사회의 결정에 따라 모두 기부금을 납부한다면 총 31억7000여만원에 이르는 금액이 모이게 된다.

세무사회는 공문을 통해 이번 기부금 요청이 강제가 아닌 '협조사항'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지만 세무사회원들의 체감도는 세무사회의 시각과는 거리감이 존재하고 있다.

강제 또는 협조를 떠나 이번 기부금 모집안은 세무사회가 당초 목표로 한 공익재단 후원금 모집의 실패를 의미하며, 이 같은 실패가 회원들을 옥죄는 이유가 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세무대리업계에 짙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세무사는 "공익재단 후원금이 변변치 않으니, 회원들을 닦달하는 것 아니겠냐"며 "강제는 아니라고 해도 공문을 보내는 것 자체에 압박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과 같이 아예 신경 꺼버리는 세무사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무사회는 지난해 12월 공익재단을 출범시키면서 매달 5000원 이상의 후원금을 납부하는 20만명의 후원회원(세무사 1인당 20명)을 모집, 연간 120억원 규모의 매머드급 공익재단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세무사회에 따르면 현재 후원회원 구좌는 5000여개(2.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구정 세무사회장 역시 최근 공문을 통해 "아직까지 많은 회원들이 공익재단 후원모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다. 후원회원 20만명 모집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인당 20명을 미처 모집하지 못했더라도 후원회원을 모집하는 대로 가입신청서를 송부해 달라"는 '재촉성'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세무사회에 공익재단 후원금이 포함된 연간회비(연 25만원씩 2회)와 실적회비를 납부하고, 지역세무사회비, 세무사고시회비(세무사시험 합격자) 등 각종 세무사협회 관련 회비를 내고 있는 세무사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공익재단의 취지는 이해하겠지만 기부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되는 것 아닌가. 후원금이 세무사회 연간회비에 포함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납부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일 텐데, 이와 같이 '세금형태'로 기부금을 또 걷는다고 하면 오히려 반발이 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세무사회는 이 뿐만 아니라 전자신고세액공제 금액의 50%를 공익재단 기부금으로 내야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폐지 위기에 몰렸던 전자신고세액공제 제도 존치에 대한 공을 공익재단이 세웠으니 공제액의 50%를 기부금으로 내야한다는 논리다.

세무사회는 제도 존치 이전부터 공제액의 50%를 기부금으로 낸다고 했던 대구지방세무사회를 필두로 부산지방회, 광주지방회, 대전지방회 회원들이 공제금액의 50%를 한국세무사회공익재단에 기부하자는 입장을 개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지방회의 의견일 뿐, 회원들의 민심(?)은 냉담하기만 하다. 기부는 정책의 성패가 아닌 '진정성'에 의해 진행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세무사회가 최근 '기부금에 혈안이 돼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만큼 급작스럽고 후원급 모집에 집착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는데,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도통 이유를 모르겠다"며 "서서히 공익재단의 성과를 홍보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부를 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