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감원장 "진돗개식 끝장검사"
금융노조 "금감원 독립성 팽개치나"
금융권에 때 아닌 진돗개 논란이 격하게 몰아치고 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업무보고를 통해 밝힌 '진돗개식 끝장검사'가 일종의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26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금감원이 내놓은 대책에 느닷없이 진돗개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 절로 탄식이 나오는 것을 숨기지 않겠다"며 "개인정보유출사태 등으로 궁지에 몰린 최수현 원장이 결국 권력의 주구(走狗:사냥개)가 되어 제 살길을 찾겠다는 선언이자 금감원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작태"라고 맹비난을 쏟아 부었다.
문제가 된 진돗개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통해 언급된 말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조정실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공기관 정상화와 관련 "불도그 보다는 진돗개가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겨져 나갈 때까지 안 놓는다고 하는데 진돗개를 하나 딱 그려 놓으시고 그런 진돗개 정신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말을 재빨리 주워 담은 이는 최수현 원장이다.
그는 24일 국회 대상 업무보고에서 "위법·부당행위 징후를 발견하면 검사 종료일과 무관하게 사실관계를 파헤쳐 문제점을 뿌리 뽑는 '진돗개식 끝장검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진돗개 정신이 금감원의 '진돗개식 끝장검사'로 불과 한달도 안돼 진화한 셈이다.
이와 관련 금융노조는 "금감원이 진돗개를 그려 놓는 수준을 뛰어넘어 스스로 진돗개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라며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인 감독기능을 수행해야 할 금감원이 오히려 대통령의 주문에 적극에 부응해 정권의 개로 전락해 짖는 꼴이라 아니할 수 없다"고 탄식했다.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겨져 나갈 때까지'라는 살벌한 표현이 최초의 여성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것도 놀랍지만, 스스로 진돗개를 자처하고 나선 금융감독원의 태도에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금융노조의 지적이다.
금융노조는 "진돗개는 주인에게 충성한다. 문제는 진돗개의 주인이 누구냐는 것"이라며 "국민이 진돗개의 주인이 아니라 진돗개에게 쫒기는 신세로 전락하게 되면 세상은 아비규환으로 바뀔 것이 분명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금융노조는 덧붙여 최수현 원장이 개인정보유출 사태의 책임을 지고 가장 먼저 사퇴했음에도 오히려 금융권을 상대로 ‘진돗개식 끝장검사’를 운운하는 것은 금융산업을 상대로 한 협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노조는 "최수현 원장은 사퇴하지 않는 대신 자기가 져야 할 책임을 모두 금융기관에 떠넘겼는데 이제는 금감원의 독립성마저 팽개쳐 버렸다"고 질타했다.
이어 금융노조는 "우리나라에서 진돗개는 신의와 의리를 상징하는데 최수현 원장에게 진돗개를 자처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금감원에서 진돗개식 끝장검사를 운운하며 금융산업을 협박할 것이 아니라 금융감독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 재발방지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