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 감사인, 자회사 재무제표까지 검사
지배회사 감사인 업무중복 문제 제기
"계열사 해외 주재 시 확인에 한계 있어"
2014회계년도부터 새로운 회계감사기준이 적용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정기준은 모회사 감사인이 자회사의 감사결과까지 책임져야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계열사 감사인이 내놓은 의견에 대한 책임이 모회사 감사인에게까지 부과되는 셈이다.
결국 모기업 감사인은 자회사 감사내용에 대해서도 확인을 해야 하는 상황. 따라서 각 그룹 계열사 별로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다를 경우 일부 혼선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지배회사 감사인 업무부담 늘어난다 =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배회사의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의 업무중복을 우려할 수 있다"면서 "게다가 어떤 회사는 모회사보다 자회사의 비중이 더 큰 경우도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계열사 지분만을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의 경우 지배회사의 역할이 미미한 만큼, 모회사 감사인의 역할도 이에 비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주회사(홀딩컴퍼니)란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사업 활동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역할로 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모회사 회계에 있어서 자회사의 회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계열사 감사인의 의견을) 받아쓰는 수준으로 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라며 "글로벌 스탠다드 하에서 많은 나라들이 이것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IFRS 도입 이후 연결재무제표가 주재무제표로 설정됐기 때문에 모기업 감사인의 역할이 막중해졌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해외에서도 지배회사가 일괄해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좋은지, 다른 감사인의 의견을 그대로 인용해서 두는 게 맞는 건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지배회사가 일괄로 하는 것이 더 옳다고 해서 결정된 것"이라고 동조했다.
다만 업무 부담이 늘어난 모기업 감사인이 지금보다 더 많은 수임료를 받게 될지 여부는 미지수.
금감원 관계자는 "감사인이 업무량에 따라 수임료를 제시하고, 그 금액에 맞는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안 되는 것이 문제"라며 "(회계법인들이) 이 정도 규모의 회사면 이 정도 수임료는 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일단 받고, 예산에 맞춰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체계적이지 않은 방법인 셈"이라고 말했다.
■ 모회사는 한국에, 자회사는 중국에 있다면? = 자회사가 외국에 있는 경우 감사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이 경우 자회사는 외국 회계기준에 따라 해외회계법인의 감사를 받기 때문에 재무제표의 진위여부 확인이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회사가 중국에 있을 경우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회계인프라가 잘 되어 있는 나라는 협조도 잘 되지만, 중국의 경우 회계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 설령 적정의견이 나왔어도 모회사 감사인이 이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나온 것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하는 것이다. 모기업 감사인이 자회사 감사인과 완전히 똑같이 보지는 못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모기업 감사인에게 자회사 감사인과 동일한 수준의 검사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국이 만든 체크리스트에 대한 확인여부만을 검사한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나중에 하는 경우가 많다"며 "당장 내년부터 시행이니 일단 시작부터 해보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야 보완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인 것"이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