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심의전담팀 출범, 세무조사내용 '사전검증'
변호사 등 특별채용 추진…부실과세와의 '전쟁'
국세청이 부실과세 척결을 위한 또 하나의 방책을 내놨다.
국세청은 수 년 전부터 '과세품질 제고'를 목적으로 각종 부실과세 방지책을 사용해 왔다.
조세불복에서 패소, 부실과세로 드러난 사례의 과세책임자를 문책, 조직원들로부터 알게 모르게(?) '원성'을 사는 수준의 제 살 깎는 조치를 취하는 등 노력을 퍼부었지만 부실과세 폐해가 줄어들지 않아 깊은 고민을 해 오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 지하경제 양성화 과정에서 세무조사 강화에 대한 재계의 불만이 높게 형성됐고 실제로 조세심판원에 제기된 심판청구(조세불복) 건수가 역대 최대치(7883건)를 기록한 것과 함께 인용률 또한 2006년 이후 최고 수준(32.9%)을 찍으면서 획기적인 부실과세 대책 마련에 대한 대(對) 국세청 압박강도가 높아졌다.
□ 반성의 산물(産物), 조사심의전담팀 = 국세청의 방책은 세무조사 전담부서인 각 지방국세청 조사국 내부에 '조사심의전담팀'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세무조사 종결 전 조사팀이 발굴한 내용을 사전심의하는 역할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현장 조사팀이 주요 쟁점과 관련해 제대로 된 과세논리를 기반으로 추징세액을 결정했는지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야당(野黨)'의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국세청은 조사심의전담팀을 발판으로 무리한 조사로 인한 부실과세를 방지하고 과세 균질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뒤집으면 지금 현재도 곳곳에 무리한 과세가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한 꼴이다. 결과적으로 조사심의전담팀은 부실과세로 인해 불특정 다수의 납세자들에게 피해를 준 국세청의 '반성'에서 도출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인원은 총 93명을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해 인력조정으로 조사국에 흡수된 400명의 인력 중 조사와 소송 분야 전문성을 지닌 인재들을 선발해 배치할 방침이다.
□ 운영은 어떻게, '실효성' 확보할 수 있나 = 국세청은 인원의 제약이 있다는 측면에서 조사국에서 진행하는 전 조사건이 아닌 고액추징 사건 또는 불복제기 예상 사건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해당 조사팀에서 조사심의 신청을 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친다는 방침이다.
조사종결 수 일 전에 조사팀이 신청을 하면 최대 3일 기한 내에 조사심의전담팀이 해당 건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도록 하고 조사팀과 조사심의전담팀 의견이 첨예할 경우 최종적으로 조사국장이 양쪽 의견을 비교 형량해 결정하는 구조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실효성 확보가 가능하느냐 문제로 귀결된다.
시행 초기인데다 제도의 효과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조사심의전담팀은 자문역할로 한정, '구속력'은 부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조사심의전담팀 또한 '만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사심의전담팀의 의견대로 과세가 이루어졌다가 부실과세로 판명될 경우, 제도 실효성에 대한 내부의 의구심을 증폭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을 기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변호사 등을 특별 채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방침 또한 조사심의전담팀의 실효성 자체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으로 해석되고 있다.
여러 '경우의 수'를 대비할 수 없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부실과세로 인한 문책 등을 우려, 조사심의 신청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경우 현재의 인력편제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초창기부터 전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조사기간 종료 전까지 심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들이 생길 수 있고 이를 빌미로 조사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조사심의 자체가 부실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실과세 사건 귀책사유에 대한 구분도 논란의 소지가 남았다.
국세청은 조사심의전담팀 검토를 거쳤더라도 부실과세로 판명될 경우 해당 조사팀에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스에 따라 조사팀 입장에서는 조사심의를 거쳐봐야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관계자는 "지금 현재도 감사관실에서 심도 있게 원인 분석을 해 귀책사유가 존재한다는 판단한 경우에만 부실과세로 문책하고 있다"며 "조사심의를 거친 사건이라면 원인 분석 과정에서 정상참작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