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감사 시 감사위원회 점검 후 이사회 보고
금감원 "현장검사 후 법규위반 적발 시 엄중 조치"
회계법인이 기업의 재무제표를 대신 작성해주는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붙였다.
앞으로는 금융회사가 외부감사인에게 재무제표를 제출하는 경우 문서에 의하도록 하고, 그 제출내역을 기록 및 유지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사가 한 외부감사인과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회계감사의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없는지 감사위원회가 자체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각 금융사들이 이행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이는 최근 금융사들의 재무제표 작성 현황을 분석한 결과, 회계 관련 인프라가 취약해 재무제표 작성을 외부감사인에게 의존할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현행 '공인회계사법' 및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회계법인이 피감사 회사의 재무제표를 대신 작성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재무제표 작성에 대한 부담 및 비용발생 등의 문제로 인해 일부기업들은 회계법인들에게 대리작성을 맡겨 온 것이 음성적인 관행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재무제표 직접 작성 수준은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특정 회계법인과의 장기 감사계약 등으로 외부 감사기능의 독립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일부 우려도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금감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부 은행과 증권·보험사는 회계 전문 인력이 확보돼 있지 않거나 회계 전산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등 관련 인프라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18개 국내은행과 10대 대형 증권·보험사에서 일하는 회계 전문인력은 평균 1~2명에 불과한 실정.
평균적으로는 시중은행이 3.3명, 특수은행 2.4명, 지방은행 1.3명, 10대 증권사 2.5명, 10대 보험사 1.3명 수준으로 3년 이상 경력을 가진 공인회계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은행과 보험사의 경우 같은 외부감사인과 평균 7년간 장기계약을 맺고 있어 공정한 회계감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회계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고, 외부감사인과 유착관계를 차단하여 공정한 회계감사가 이뤄지도록 내부통제절차 강화를 지도할 것"이라며 "향후 현장검사 등을 통해 법규위반 사실이 발견될 경우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