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기업문화 정립·그룹에 대한 열린마음 당부
윤용로 외환은행장(사진)은 이임사를 통해 지난 2년간을 '론스타 지우기'로 회고했다.
론스타 시절 제약되었던 해외 네트워크 확대를 재개하고 명실상부한 글로벌화를 이루기 위해 다시 태어난 시기로 본 것.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20일 이임사에서 지난 2년여 임기동안 힘들었던 사안으로 2012년 7개월에 걸친 세무조사, 국회 국정감사, 가산금리와 관련한 감독당국의 검사와 기관경고, 본점 압수수색부터 시작된 검찰수사와 기소 등을 꼽았다.
윤 은행장은 "비가 오면 퍼붓게 마련이다는 속담을 실감케했는데 이러한 어려움들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며 "헤지펀드의 지배하에 있던 긴 시간의 폐해가 어떻게 아무 일도 없이 쉽게 극복이 되겠냐"고 밝혔다.
헤지펀드인 론스타의 9년여간의 지배 속에서 곪았던 상처들이 불거져 나온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던 것.
그는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잘못된 점을 개선하고 우리의 체질을 더 단단하고 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또 윤 은행장은 하나금융 내에서의 자리 잡기와 관련된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지주회사체제에 편입되면서 겪게 되는 당연한 현실과 업무처리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그러한 경험이 없었던 우리들은 오해를 하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적도 있었다"며 "같은 그룹의 가족인 하나은행에 대해서도 서먹서먹함에 따른 어색함과 경계심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정서적이나 업무적 갈등은 점점 줄어드는 등 크고 많은 진전이 이뤄졌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윤 은행장은 직원들에 대해 강력한 기업문화 정립과 그룹에 대한 열린마음과 시너지 창출을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세계 금융산업이 커다란 패러다임 변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은 '조직문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
윤 은행장은 "우리는 새로운 변화의 큰 물결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러한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강력한 기업문화를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와 혁신을 더 이상 두려워말고 봐 큰 틀에서 은행의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정착시켜 나갈 고민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던져준 숙제다.
또 그는 "하나은행을 더 이상 내부의 경쟁자로만 감성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외환과 하나가 힘을 합쳐서 함께 해야만 규모의 경제와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 2년여간 외환은행을 이끌어 온 그의 마지막 조언이다.
더불어 그는 법화경(法華經)의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는 말을 꺼냈다.
'사람은 만나면 헤어지게 되고 헤어진 사람도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된다'는 뜻으로 외환은행과 맺은 인연을 잊지 않겠다는 아쉬움을 전한 것이다.
윤 은행장은 "외환은행에 대한 저의 소임은 은행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땅을 다지고 철근을 세우고 벽돌을 쌓는 등 기반을 구축하며 구조물을 완성하는 역할이었다"며 "이제 지붕을 올리고 안을 채우는 마무리 공사는 신임 은행장에게 부탁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