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크고 작은 '경제규제'를 대폭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모호한 '간보기식 정책'이 아닌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하면서 규제개혁의 의지를 드러냈다.
일단 정부의 목표치는 올해 전체 경제규제 중 10% 수준인 1100건 없애겠다는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박근혜 정부 임기 내에는 전체 경제규제 건수의 20%까지 폐지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규제폐지를 외친 올해에는 부처별로 특성에 맞게 최소감축 목표율을 부여했으며, 내년부터는 부처가 자율적으로 감축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개혁 기조에 경제규제 소관 부처들은 물음표를 던지고 있는 상황이다. 부처마다 관리하고 있는 규제 중 어떤 것이 경제규제인지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전 정권들의 전철을 답습, 규제개혁 정책이 공염불(空念佛)에 그칠 가능성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 "규제는 암덩어리"…"대폭 없앤다" = 20일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개최, 등록규제 중 경제규제를 대상으로 점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내용의 규제개혁방안을 발표했다.
틈나는 대로 '강성발언'을 내놓는 등 규제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 국무조정실(이하 국조실)이 총괄 콘트롤 타워역할을 맡았다.
국조실에 따르면 등록규제(1만5269건) 중 경제규제 약 1만1000건이 폐지 대상. 경제규제를 대상으로 올해 내에 1100건을 없애고, 2017년까지(박근혜정부 임기 내) 최소 2200건을 폐지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경제규제 감축대상 규모를 살펴보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국세청, 중소기업청 등 경제규제 부처가 6700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안전행정부, 교육부 등 사회규제 부처가 3600건, 질서·안보 관련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의 규제 수는 700건이다.
국조실은 올해 부처별 특성에 맞게 최소감축 목표율을 부여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각 부처마다 관리하고 있는 규제 중 경제규제를 확정해 부처별로 통보하겠는 것이다. 이듬해부터는 부처가 자율적으로 감축 목표를 제시해 감축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질서유지·안전·사회적 약자 배려 등 공익규제는 제외된다.
특히 핵심규제를 개선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를 통해 부처별로 핵심적이고 덩어리가 큰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경우에는 일정부분 감축목표량을 달성한 것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 수술대에 오른 '규제', 정작 수술해야 할 의사들은 '글쎄' = 이번 규제개혁 방안의 핵심은 등록규제 가운데 경제규제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규제가 경제활동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도 이와 관련해 "정부는 규제개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테니 기업들은 투자확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 나서 달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규제개혁 기조에 따른 경제규제 소관 부처가 부담해야 할 몫도 커지게 된 셈이다. 실제로 국조실이 추산한 1만1000건의 경제규제 중 기획재정부, 국세청, 중소기업청 등 경제부처가 6700건으로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관료들이 '암 덩어리'라고 표현할 정도의 강한 의지를 보이며 각종 경제규제를 수술대에는 올려놨지만 정작 수술해야 할 '의사(경제부처)'들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경제규제 자체의 모호성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에서도 미온적인 반응이 여전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기재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규제는 300여건이 되는데 어떤 것이 경제규제인지 행정규제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규제정보포털에서 중앙부처 규제정보는 경제적규제, 사회적규제 등으로 분류유형이 나눠져 공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규제폐지와는 무관하다는 부처도 나왔다. 중앙부처 한 관계자는 "국조실에서 경제규제를 확정해 통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가 관리하는 규제 중 경제규제는 없을뿐더러 폐지할만한 규제도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다른 부처 관계자도 "현재 시스템상(규제정보포털)으로는 경제규제가 정리 되어 있지만 국조실에서 각 부처가 관리하고 있는 규제 중 어떤 것들을 경제규제로 판단하고 통보할지는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편 국조실 관계자는 "이번 회의(규제개혁장관회의)를 통해 경제규제를 확정, 각 부처별로 확정된 규제를 통보하면 해당 부처가 관리규제 대상 중 폐지 대상규제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