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손톱 밑 가시' 과제 90건 해결 주문 "관계부처 공동책임"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회의에서 규제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와 날카롭고 예리한 지적을 하자 정부 관료들이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직접 주재한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통해 "규제개선 실적이 우수한 부처와 해당 공무원은 예산과 승진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보신주의' 공무원은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공무원들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이어 "규제개혁을 촉진하는 공직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대통령이 아무리 나서도 실제적인 행정의 '키'를 갖고 있는 공무원들의 의지가 없다면 사장돼 버리기 때문"이라며 "일괄적으로 규제 숫자를 줄인다는 획일적인 사고를 벗어나서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를 구분하는 규제 합리화를 해야 한다. 규제개혁이 특단의 개혁 조치"라고 강조했다.
공무원들의 행정편의주의를 에둘러 지적한 셈이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선정된 '손톱 밑 가시뽑기' 과제 397건 중 92건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늑장 처리하는 정부 관료들을 매섭게 꾸짖었다.
이어진 중소상공인 대표들의 규제개혁 요구에 대해선 정부 관계자들이 조속한 처리를 약속했지만 박 대통령은 관료들의 발언 도중 문제가 있다 싶으면 "잠깐만요"라고 끼어들어 매섭게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인증제도가 너무 많다는 재계의 지적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인증제도 개선은 시급하다. 기본적으로 인증 숫자를 줄여야겠지만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다 보니까 국제기준 등을 받아들이는 방안도 생각 중에 있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기업들이 실시간으로 규제가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야 한다. 어떻게 고쳐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정보를 올려서 관계되는 분들이 인증이란 분야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윤 장관은 '인증표준 콜센터 1381'을 개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1381'을 잘 아시나? 모르면 없는 정책이나 같다"고 맞받아치자 윤 장관은 "2주 전에 겨우 개통했다"고 진땀을 뺐고 박 대통령은 멈추지 않고 "국민이 모르면 애쓴 공이 없다. 119는 모르는 국민이 없다. 국민들이 급할 때 찾을 수 있도록 홍보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미정 정수원돼지갈비 사장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때 중복 신고는 물론복잡한 신고서 서식 등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고 장형성 자동차튜닝협회장은 튜닝이 규제에 가로막혀 활성화 되지 않는 점을 문제 삼았다.
박 대통령은 현장 목소리를 경청한 뒤 민관합동 규제개선추진단 공동단장인 송재희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에게 "90여건의 과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관계부처도 같이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라고 제기했다.
이어 "언제까지 이걸 풀겠다고 보고해달라. 반드시 이것부터 풀고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고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이 "예를 들어 시장에서 생닭을 포장하지 말고 판매해달라는 요구 등은 위생 문제 때문에 규제를 풀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이를 들은 박 대통령은 "개혁이 안되는데 과제 선정은 왜 했냐"며 "손톱 밑 가시는 해결하기가 어려우니까 나오는 것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조금만 노력하면 문제도 해결하고 쉽게 답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