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금피아 낙하산 4년간 124명
"감독기관 독립성 확보시급…소비자 보호기구 필요"
정치권과 학계,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야당은 한국 금융에 뿌리 깊게 내린 '모피아' 관행을 비판하며, 이를 개혁해야 독립적인 금융 소비자 보호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모피아란 옛 경제 부처 고위직을 지칭하는 말로 범죄 조직을 뜻하는 마피아와의 합성어다. 경제 관료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비유해 생겨났으나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2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주최하고 향후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행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뤄진 감독 체계를 개혁할 것을 촉구했다.
금융위와 별도의 금융소비자위원회를 만들고 금감원으로부터 금융소비자감독원을 분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민병두 의원은 "최근 몇 년 동안 일어난 카드 대란, 키코(환율연동 파생상품) 부실, 저축은행 영업정지, 동양그룹 회사채 부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모피아 중심의 금융정책이 실패한 결과"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민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23개 금융회사에 모피아와 금피아(금감원 출신 인사) 낙하산 규모가 124명(중복포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병두 의원은 이러한 관치금융을 타파하기 위한 과제로 △집단소송제 도입 등 민간주도 감독구조 강화 △모피아에서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 △정책과 감독의 전면분리 등 금융감독 독립성 강화 △검사 및 제재에서 준칙주의 강화 △모피아 금융기관 낙하산 방지법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학영 의원은 "정부는 낙하산, 회전문 인사에 대해 경험이나 전문성을 이유로 정당성을 부여하지만 모피아가 장악한 조직이 전문성에 의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윤석헌 숭실대학교 교수는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업무를 분리해 독립성을 확립해야 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과거 대선 시절부터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대해 여러 연구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윤 교수는 "감독체제 개편과 더불어 감독기관의 내부 책임성 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개편의 기본방향은 효율적 위험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나는 독립성 확보, 나머지 하나는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조직체계 분리"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정부 당국자로서는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이 토론에 참석해 입장을 피력했다.
고승범 처장은 "은행법, 보험업법 등 관련법 내용에는 상당부분 감독정책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다"면서 "이에 따라 감독과 정책이 모호해지는 상황이 일어났다. 감독과 정책을 나누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감원만 나누고 금융위는 놔두면 금융위 권한이 늘어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금소원이 설립된다고 해서 금융위 권한이 늘어나는 건 없다"면서 "만약 금융위를 둘로 나눌 경우 두 기관 간 업무협조가 필요할 때 협의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고 항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