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환산액 축소… 지역법관제 근본 개선도 촉구
횡령 및 조세포탈 혐의로 벌금 247억을 선고 받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벌금 낼 돈이 없어 교도소에서 일당 5억원짜리 노역을 해 논란이 일자, 검찰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해법을 찾기 위해 형법개정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27일 이른바 '황제노역 방지법'(형법개정안)을 발의했다. 권 의원이 내놓은 방안은 벌금액수를 구간별로 나누어 기준 환형유치금액을 달리 정하는 것으로 벌금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최소 500일 이상의 유치기간(일 벌금 환산액 100만원~1000만원 미만)을 정했다.
또한, 50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최소 1000일 이상 유치기간(일 벌금환산액 500만원이상)을 정했다.
벌금액수에 따른 구간을 설정하는 법률안을 개정해 재판부가 죄질이나 법정형, 정상, 기타 피고인의 자력 등은 감안하고 징역형과 노역장 유치 기간을 합한 구금기간의 적정성 등도 고려하도록 해 재판부의 재량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도록 한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권 의원은 노역장 유치기간을 대폭 늘리는 '일수벌금제'에 대해 "노역장 유치 제도를 도입하는 나라에서 노역장 유치기간 상한을 제한하고 있으며 그 상한은 일본은 2년, 독일스위스는 360일, 프랑스는 180일 등 3년보다 짧다"며 "또한 형사정책적으로 3년 이상의 노역장 유치보다는 자유형(징역, 금고)을 선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사건이 지역토호세력인 허 전 회장과 지역법관이 유착돼 벌어진 점을 지적하며 지역법관제도의 축소 및 폐지를 대법원에 촉구할 뜻을 밝혔다.
같은 당 박민식 의원은 전날(26일) 50억원 이상 고액 벌금을 선고받은 자가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유치에 처할 경우, 하루 일당이 벌금액의 1000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박 의원은 "우리 형법이 노역장 유치기간을 최소 하루에서 최대 3년으로 정하고 있는 반면, 그 일당을 정하는 것은 법관의 재량에 맡겨두고 있는 바, 이를 개정함으로써 법 집행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부가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천명하고 있는 마당에 사법부 안에 존재하는 비정상적인 관행들 또한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며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한 법률을 제출하는 것이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역시 지난 25일 노역장 유치 일일 환산금액은 벌금 최소액의 10배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형법개정안을 발의했다.
황제노역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검찰이 이례적으로 노역정지 즉, 형집행정지까지 한 상황이어서 이들 법안들이 오는 4월 국회에서 통과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