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소득 등 지방소득세 매달 납부…전산 구축 골머리
금융권 TFT 구축 등 분주…" 납세환경 후퇴" 볼멘소리
지난해 말 개정돼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지방세법 개정안으로 인해 금융권이 동요하고 있다.
그동안 개인과 외국법인에만 적용되던 지방소득세의 특별징수 조항이 내국법인에게도 적용돼 이들 법인의 금융상품 이자소득에 지방소득세를 종전과 달리 매달 납부하게 되며 그만큼 납세협력비용이 증가하게 됐기 때문.
현재 관련 조항의 시행은 금융권의 전산구축 미비 등으로 간신히 1년간 유예된 상황이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조항을 납세환경을 후퇴시키는 대표적인 탁상법안으로 지목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지방세법이 일부 개정, 올해 1월 1일 공포됐다.
지방세법 개정 내용을 보면 지방소득세 종업원분을 주민세로 전환토록 했으며, 그동안 외국법인과 개인에게만 적용되던 것을 내국법인의 법인이자소득에 대해서도 원천징수하는 법인세의 100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법인지방소득세로 특별징수토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내국법인의 경우도 금융상품에 대한 이자소득 등이 발생했을 때 예전에는 14%를 원천징수한 뒤 법인세 신고과정에서 나머지를 정산했지만 이제는 일반 개인처럼 15.4%를 원천징수하게 됐다.
또 금융기관 등 특별징수의무자는 지방소득세를 그 징수일이 속하는 달의 다음달 10일까지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하게 되며 상당히 업무적으로 번거로워졌다.
문제는 개정 법이 지난해 말 갑작스럽게 개정되며, 이 같은 내용이 금융권에 제대로 전파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점이 많은 법인이나 징수의무를 맡은 금융권에서 전산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 등 부담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세법 개정은 지방세원 증대와 세금의 조기 징수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데 사실 이에 따른 납세자들의 협력비용 증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법 개정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잘 몰랐다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관련 부서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며 "금융, 보험업자들이 부가가치세를 대체해 납부하고 있는 교육세의 경우 최근 납세협력 부담 완화를 이유로 과세기간을 변경을 검토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다소 역행하는 입법조치로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정부는 교육세와 관련해 납세협력 부담 완화 차원에서 과세기간을 법인의 1회계기간인 1년으로 변경하고, 분기별 예납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세무사는 "이번 개정 지방세법은 법인도 개인처럼 세금을 미리 내라는 것"이라며 "관련 법 개정이 예고도 없이 이뤄진데다가 기업들은 결산이 다소 복잡해지고 금융권은 전산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말들이 많은 상황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대형 법무법인의 한 회계사는 "개정 법으로 지점이 많은 법인의 경우 일일이 어느 지점 귀속인지 나눠내야 하고 금융기관도 전산체계를 재구축해야 할 것"이라며 "세수의 조기확보에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납세자들의 불편을 가중시키는 무책임한 법 개정이다"고 맹비난했다.
지방세 주무부서인 안전행정부도 이 같은 금융권의 불만을 잘 인지하고 있었지만 전산체계만 구축되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안전행정부 지방세정책과 관계자는 "종전에 개인과 외국법인에만 적용하던 특별징수부분을 내국법인으로 확대한 것이며 법 시행은 금융권의 전산구축 등을 고려해 1년간 유예를 해 놓은 상황이다"며 "금융투자협회와 전국은행연합회 등 금융권의 관련 단체 등과 시스템 개편 방안 마련을 위한 TFT를 가동중이며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고 전했다.
안행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법 개정으로 세수를 빨리 확보할 수 있게 돼 자치단체의 재정건전성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금융권쪽에서는 새롭게 제도가 시행되고 전산개발 자체가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시스템 구축만 완료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고 밝혔다.
안행부는 증권, 보험, 은행 등 관련 업계에서 이번 법 개정에 따른 전산시스템을 개편하는데 짧게는 1~3개월, 늦어질 경우 적어도 6개월 내에는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별징수 적용을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진행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