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제 확대는 비정상의 정상화로 봐야"
김기준 "빠른 시일 내 지정제 확대 법안 발의"
정치권과 회계업계를 중심으로 감사인지정제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회계투명성을 제고해야 하지만, 현재의 자유선임제는 회계사들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논리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3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개혁연구소와 공동으로 '회계감사지정제 확대 및 회계 투명성 향상을 위한 입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김기준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회사가 감사인을 선택하는 자유수임제도는 유교문화와 갑을관계로 엮여있는 한국적인 현실에서 적절히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구조적 모순 속에서 투명한 회계감사를 기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감사인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저품질·저비용의 회계감사를 선호하고 있어 회계투명성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문제의식이다.
더불어 김 의원은 "공청회 내용을 토대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지정제 확대와 관련한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의를 맡은 김광윤 아주대 교수는 "소송을 할 때 피고가 검사나 판사를 지정하지는 않는다"면서 "이에 대한 보완으로 정부차원에서 일부 지정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그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회계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감사인은 독립성이 유지돼야한다"면서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감사인이 갑이 되고, 피감사인이 을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자유선임 감사인은 98.9%의 기업에 대해 적정의견을 준 반면, 지정 감사인들은 이 비율이 85.2%였다.
감사인 선임권한을 가진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해 냉정한 의견을 줄 수 없는 회계사들의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다른 발제자인 이총희 청년회계사회 회계사는 "서구 선진국은 자유수임제를 유지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지만 그들과 우리는 문화와 환경, 경제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제도를 가져다 놓는다고 해서 제대로 된 운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정제 전면 확대는 기업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비정상의 정상화"라며 "현재 회사의 이해관계자들은 회계 투명성의 향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지정제도를 통해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자로 나선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자유수임제가 이론상으로는 우월하지만 현재 환경에서는 지정제를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교수는 "자유수임제가 지정제보다 우월한 것은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재무제표를 제공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효익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시장참여자들은 대부분 재무제표를 보질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회사입장에서는 감사 보수를 줄이는 것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다. 이런 전제가 깔려져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유수임제를 진행했으니 당연히 실패한 것"이라며 "자유수임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시장상황이 만들어지기까지 지정제가 대안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승렬 한국상장사협의회 조사본부장은 "외감법의 모든 제도가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르지만 감사인 선임제도는 예외를 둔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회계법인이 가만히 있어도 감사인으로 선정된다면 무슨 경쟁이 되겠느냐"고 반박했다.
이 본부장은 "정부입법안으로 외부감사 보수를 결정하는 권한을 외부감시기구에 부과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더불어 결산시기를 분산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제도가 도입되고, 효과에 대한 검증이 이뤄진 이후 지정제가 도입돼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