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세관에서는 일부 여행자들에게 여행가방을 직접 열어볼 것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이 때 민원이 많이 발생한다.(左) 여행자들의 짐에서 수거한 전자택. 여행자들의 짐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전자택이 부착돼 짐이 나오게 되는데 이 때는 개장검사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右)
"관세청이 없어지면 덩어리 규제가 사라진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요?
관세청 안팎에서 요즘 뜨고 있는 농담이라고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규제개혁' 바람을 피해갈 수 없었던 관세청도 규제개혁 과제를 선정해 이를 시행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쁜 모습입니다.
규제개혁 과제만 제대로 시행된다면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규제가 모두 풀려 수출입 환경과 여행자 통관서비스 등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생기고 있는데요.
하지만 관세청 직원들의 속내는 복잡한 모양입니다. 관세청이 하는 업무 자체가 마약 밀수를 단속하거나 여행자 휴대품을 철저하게 검사해 국민의 건강이나 안전을 위해할 수 있는 물건의 반입을 차단하고 세금탈루를 막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수출입 기업들의 밀수나 세금 탈루를 막는 '통관'이 전통적인 세관의 업무인데 이를 개혁해야 할 규제로 보는 외부의 시각에 관세청 직원들의 심기가 이만저만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심지어 경제국경을 지키는 관세청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일선에서 일하는 세관 직원들은 더욱 답답한 심정이라고 합니다.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인천공항세관 직원들은 여기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는데요. 인천공항세관은 9년 연속 통관서비스 품질 1위를 차지했습니다.
세계 그 어느 공항보다 우수한 서비스와 빠른 통관을 자랑하는 인천공항은 우리나라의 큰 자랑거리인데요. 그 이면에는 24시간 쉬지 않고 빠른 통관을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일하는 세관 직원들의 피땀이 서려 있습니다.
인력부족으로 전 부처 중 유일하게 2교대를 하는 인천공항세관 직원들은 신속하고 정확한 통관서비스라는 압박 속에 상당수가 밤잠을 설치며 일하느라 불면증은 물론 소화불량, 여직원들은 생리불순에 불임까지 각종 질병을 안고 있습니다.
빠른 통관이라는 것은 '정확성'과 늘 상충되는 것인지라 세관 직원들의 신경은 곤두설대로 곤두서있는데요. 적은 인력으로 빠르게 통관을 하면서 정확하게 검사한다는 것은 그 누구라도 풀기 어려운 숙제일 것입니다.
더구나 1980년대 70%였던 통관 검사 비율이 최근에는 2%대까지 떨어져 빠른 통관을 바라는 관세사들조차 검사 비율이 너무 낮아 밀수나 탈루 등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통관을 규제로 인식해 더 완화하라는 것은 '마른수건 쥐어짜기'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천공항세관이 9년 연속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미 통과 비율을 낮추는 형태로 규제를 풀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세청의 분위기입니다.
오죽하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을 하기 위해 여행자 휴대품 통관 시 걸렸을 때 가산금을 면제해줘야 하냐는 자조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개혁 칼날이 모두 경제 쪽에만 치우쳐진 것 같다"며 "조세와 세제는 규제가 아니라고 헌법에 나와있는데도 이를 개혁의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관세청 직원들은 자신들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한다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정확한 통관'이 타파해야 할 나쁜 규제인지, 국민 안전은 제쳐두고 수출입 기업들에 대한 빠른 통관만이 좋은 규제개혁인지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