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노인복지철학 달라 절충 기대난망…국민연금 연계로 난항 거듭
여야가 막바지 타협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기초연금법이 4월 국회에 들어와서도 최대 난항을 겪고 있다. 사실상 6.4 지방선거로 인해 식물국회가 되어버린 4월 국회에서 그나마 활발히 여야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법안이지만 이마저도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
지난 2월 국회 당시 여야는 정부가 약속한 기초연금 7월 시행을 위해 여‧야‧정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새누리당과 당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 의장과 국회 보건복지위 간사‧위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등 총 9명이 참여했던 여‧야‧정 협의체는 2월 내내 실무협의체까지 구성하며 열띤 논의를 거쳤지만,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방식에 대한 입장차가 현격히 드러나면서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해체됐다.
65세 이상 소득하위 70%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10만~20만원 차등지급하는 정부‧여당안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모든 65세 이상에게 20만 지급이라는 대선공약이 후퇴된 것을 지적하며 100%에서 70%로 수정된 것을 수용하는 대신, 차등지급이 아닌 20만원 일괄지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의 수정안을 거듭 고수했다.
이후 여야는 3월 한 달 동안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지역 노인회와 경로당을 방문하기도 하고 지역마다 현수막을 내걸며 상대를 겨냥하는 여론전을 펼쳤다. 하지만 정부가 거듭 7월 시행을 강조하며 여당을 압박하면서 4월 국회에서 여‧야‧정 협의체가 재출범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국민연금 연계 방식을 두고 여야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담을 느낀 새정치연합이 지난 1일 차등지급안을 반대했던 데에서 한 발 물러나 소득수준 연계로 소득하위 60~70%에게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국민연금 연계를 원칙으로 삼은 새누리당이 외면하고 있다. 다만, 새누리당은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두루누리 사업 확대를 제시했다.
□ 평행선 달리는 여야, 너무도 다른 노인복지철학…절충 어려워 = 이처럼 여야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것은 기초연금을 발표했을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노인빈곤을 바라보는 여야의 복지철학 자체가 다르기 때문.
새누리당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어 국민연금 혜택을 받는 노인층은 대부분 소득이 있다고 판단, 기초연금 혜택을 줄여 더 소득이 낮은 어려운 노인층에게 더 많이 지급하는 맞춤형‧선별적 복지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국민연금과는 별개로 일정 소득 하위 노인층에게 일률적으로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새누리당은 "기초연금이 국민연금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며 "국민연금을 많이 받으시는 분들은 기초연금을 줄여 드리는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20~30이하 세대의 세금에 부담이 엄청나게 된다. 기초연금 (국민연금 연계)조정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연계만이 막대한 재정소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연금 가입이 길수록 기초연금이 줄어드는 구조는 노인빈곤의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아주 급한 불만 끄겠다는 것“이라고 선별적 복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국민연금 장기가입자인 20~50대에 대한 역차별을 비판하고 있다.
□ 여야정 협의체 마지막 협상, 타결될지 미지수 = 여야 협상으로 새정치연합이 일괄지급에서 차등지급으로 양보했지만 국민연금 연계방식만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어서 논의의 진전은 사실상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게 여야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9일 오후 여‧야‧정 협의체가 마지막 협상을 벌이지만 입장차에 조금도 진전이 없어 기초연금법이 타결될지 미지수다.
새누리당은 거듭 자신들의 안을 고수하며 야당을 향해 "괜한 고집으로 발목 잡는 일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양보안에 대해서도 "정부안보다 개악"이라며 "정부안이 갖고 있는 기본 철학정신에 위배되어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난 2007년 참여정부 당시 기초노령연금법 타결할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양보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야당의 양보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정부 철학이 국민연금 성실가입자에 대한 역차별인가"라며 "2007년 야당이 양보했다고 했지만 당시 우리는 한나라당, 전문가들과 수십 차례 논의했다. 당시 유시민 장관이 박근혜 당 대표까지 찾아가서 호소했다. 그런 노력을 정부는 했나. 그리고 문제가 뻔히 보이는데 야당이니까 무조건 양보를 하란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