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년 전 한 고위 공직자가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장에 불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한가지 궁금증이 생긴 일이 있다.
사회 고위층으로서의 명예와 경제적 지위를 담보로 모험할 만큼 뇌물의 액수가 크지 않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여러 명의 공무원들은 한결같은 답변을 해왔다. "같이 밥 먹으면 심지어 술자리를 갖게 되면 사업하는 사람이나 연봉 높은 대기업 사원들이 밥값, 술값을 낸다. 밖에서 볼 때에는 어떻게 대가성이 없느냐고 하지만 정말 대가 없이, 단지 더치페이가 자연스럽지 않은 것 뿐이다."
또 다른 공무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미 옛날이 된 시절 이야기지만 명절 때면 과일 같은 선물이 오는데 안에 상품권 만 원짜리 10장이나 20장 정도가 들어있다. 현금도 아니고 액수가 적어서 그냥 두니 수십 년 후 검찰 수사에서 그게 쌓이고 쌓여 수천만 원이 됐더라."
일반 국민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 이 같은 증언은 일견 타당해 보이는 면도 있다. 그러나 사실 이는 우리 공직자들의 윤리에 대한 의식이 얼마큼 뒤쳐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공직자 행동 강령에 의하면 접대비 상한선은 3만원, 경조사비 상한선은 5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공직자 행동 강령이 시행 11년째를 맞고 있지만 향응·접대에 대한 공무원들 인식은 아직 과거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비단 공직 사회의 문제일 뿐 아니라 불필요한 향응·접대 문화에 의한 관행은 우리 사회에 오랜 세월 뿌리 깊게 내려 있다.
최근 불법 사기 대출에 연루된 금융감독원 직원이나 대기업으로부터 향응을 제공 받은 청와대 파견 공무원들은 똑같이 "이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주변의 반응들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그들을 두둔하는데 여념이 없다.
비리에 연루된 공무원들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이러한 관행들이 묵인돼 왔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는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 공직자 행동 강령의 역할 역시 더 나은 사회로의 성장을 위한 과정 중 하나이다.
얼마 전 기업과 애널리스트가 주가 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지며 증권사에서는 "오랜 관행이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가 피해 입고 이 중 대다수가 일반 국민들이었다는 점을 볼 때 불공정 거래를 관행이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며 일침을 날렸다.
이 같은 의식은 공직자 자신들에게도 예외 없이 엄격해야 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관행'을 핑계 대지 않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