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해특(해임‧특검)'만이 해법의 지름길"
민변·서울대 교수들 "南 즉각 파면"…비박계 이재오도 사퇴 촉구
서울시 공무원 국정원 간첩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남재준 국정원장의 유임이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기세다.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에서 남 원장의 해임과 간첩증거조작 관련 특검 수용을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권 내에서도 남 원장의 해임을 통한 책임자 문책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전날(15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국정원의 간첩증거조작사건에 대해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 체계"로 규정하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남 원장에 대한 문책 의사가 없음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남 원장 역시 머리 숙여 사과했지만 증거조작사건을 일부 직원의 일로 치부했고,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은 채 퇴장해 비판을 받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공동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에게 묻는다.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는가. 대통령에게는 국민이 더 중요한가. 국정원장이 더 중요한가"라고 일갈했다.
이어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이 국정원에게 신성불가침 치외 법권의 명령을 주려하고 있다. 국정원은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통제받지 않는 권력, 리바이어던이 되어가고 있다"며 "이는 헌정질서를 농락한 분명한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어제 대통령과 국정원장, 법무부 장관의 사과가 이어졌지만 사과만 있고 '그래서 제가 책임지겠다'는 말이 없었다"며 "국정원장은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정작 제가 책임지겠다는 말은 안했다"고 책임 없는 사과를 비판했다.
그는 거듭 박 대통령을 향해 "국정원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언제가 반드시 대통령 자신이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정원장에 대한 해임과 특검 도입을 통한 진실 규명을 다시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전병헌 원내대표 역시 "국정원장은 3분, 대통령은 30초. 어제 대통령과 국정원장이 증거조작사건에 대해 사과한 시간"이라며 "이 짧은 시간에 질문도 안 받고 할 말만 하고 끝낸 것은 불통정권의 민낯이고 본색"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의 권력기관 의존정치는 더 이상 안 된다.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을 정치권력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입에 달지만 실패의 독이 될 것"이라며 "일벌백계로 국정원장을 해임하고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 국정원장 해임, 특검 수용, 이른바 '해특'이 해법의 지름길"이라고 압박했다.
김근 최고위원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남 원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하고 남 원장에 대한 해임과 특검 수용을 촉구한 서울대 교수들의 성명과 언론사 사설 등을 언급하며 "이런 주장들이 들불처럼 번져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지율이 높아 거만을 피우고 있는데, 지지율은 신기루일 뿐이다. 국민 앞에 오만할 때 지지율은 순식간에 곤두박질친다"며 "과연 박 대통령이 언제까지 시민사회의 요구와 여론에 맞서 남 원장을 비호하고 특검을 외면할지 지켜볼 것"라고 경고했다.
한편, 야권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사들도 남 원장의 해임과 특검을 수용하는 성명과 사설들을 연이어 게재하고 있다. 앞서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44명은 전날(15일) 서울 관악캠퍼스 교수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 원장에 대한 즉각적인 파면과 특검 수용, 박 대통령의 공식적인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비박계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생각할수록 이해가 안 된다. '잘못된 관행'이라면 국정원이 지금까지 한 사건은 모두 증거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으려면 이번 기회에 책임자는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고 남 원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이어 "나는 이것이 정도라고 생각한다. 내가 국정원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것도 잘못된 관행을 이 기회에 뿌리 뽑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