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 받은 CJ그룹 이재현 회장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24일 시작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재판장 권기훈 부장판사)는 이날 항소심 첫 공판에서 검찰 측과 이재현 회장 측의 항소이유를 차례로 들었다.
검찰 측은 청구이유에서 이 회장이 페이퍼컴퍼니 등을 이용해 회장실 소속이던 재무2팀을 중심으로 해외 비자금을 조성하면서 조세를 포탈하려는 적극적인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 차명주식을 이용해 자금을 조성한 부분에 대해서 원심이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서도 "양도세 신고 대상을 간과했다"며, "유죄를 인정한 차명거래와 달리 볼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또 하대중 피고인에 대한 1심의 무죄 판단에 대해서도 하 피고인이 비자금 조성에 일정한 역할을 수행했다며 1심 판결을 반박했다.
반면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1심 판결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비자금 603억원의 조성 및 횡령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적 용도에 사용한 증빙이 없이 전액이 조성·횡령으로 인정됐다"며 "전무후무한 판결"이라고 강력하게 반박했다.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장에 사적 용처에 대해 단 하나도 입증하지 않았고, 입증에 성공하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사적 용처에 이 회장의 개인 자금이 사용된 점이 확인됐다"며 "검찰 측에서 공소사실에 대해 입증도 되지 않았는데 1심 재판부에서 그대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원심의 부당성을 부각했다.
검찰이 사적 용처에 대해 실제적으로 전혀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 변호인 측의 반박이다.
이에 따라 원심 판결이 "사적인 사용에 대해 전혀 근거 없이 판단한 점, 조성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횡령의 가장 중요한 요건인 '불법영득 의사'가 있음을 인정한 점, 그리고 주변의 많은 증인들의 증언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던 점" 등을 문제점으로 들었다.
변호인은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서 항소심에서 적극적으로 반박할 것을 예고했다.
그 밖에 검찰에서 주장한 접대비와 대내외 경조사비, 격려금, 회장실 활동비, 계열회사 지원 등에 대해 검찰의 항소이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맞섰다.
이 회장이 개인 자금으로 사용한 부분까지 형법상 포괄일죄로 다뤄서는 안된다는 것이 변호인 측의 주장이다.
법리적인 부분과 세액 계산 등 세밀한 부분까지 이날 변호인이 검찰 수사와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반박한 내용을 보면, 앞으로 진행될 2심에서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날 검찰 측은 1명의 증인을 신청했고, 이 회장 측은 5명은 확정된 증인으로 나머지 3명은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라며 총 8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한편, 이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만료일이 오는 30일이어서 변호인들은 재판부에 구속집행정지 연장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건강상의 이유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진행해 달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변호인들의 제출 서류와 전문위위들의 심의 등을 거친 뒤 결정해 알려주기로했다.
이 회장은 이날 마스크를 쓴 채 휠체어에 의존해 재판정에 들어왔으며, 지난 공판 때보다 많이 야윈 모습이었다.
다음 공판은 오는 5월 22일 진행되며, 이날은 증인심문기일로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