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가 25일 오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금융 법안들을 심사하고 있다. 사진 : 김용진 기자
4월 국회가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주요 금융 법안 작업은 계속해서 표류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새 정부 출범 이후 추진돼온 금융 법안들은 결국 4월 국회의 문턱에 다가가지 못했다.
그나마 금융위원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우리금융 계열 지방은행의 매각 작업은 속도를 더하게 됐다. 우리금융이 경남은행, 광주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인세를 면제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이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지난 16일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 사고가 전 국가적 이슈가 되는 가운데 세월호 선사(船社)인 청해진해운의 금융 비리가 금융권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무위, 거듭되는 파행…'금융 법안들' 줄줄이 난관 봉착= 국회 정무위원회는 25일 오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었으나 결국 진전이 없었다. 오는 28일 법안심사소위가 다시 한번 재개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달 들어 수차례 회의가 열렸으나 여야는 결국 제자리걸음을 걷거나 회의 자체를 취소시킨 일이 반복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올 초 발생한 카드 정보 유출 사고를 계기로 금융회사의 보안 업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사고 회사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보다 더 강한 수위의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가보훈처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사태를 한층 악화시키고 있다.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며 금융 관련 법안들을 줄줄이 파행으로 몰아넣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자 및 노동 운동가를 위해 1981년 작곡된 곡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기념곡 지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새누리당과 국가보훈처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볼 때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이 금융 법안에 비해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률(가칭)을 포함해 금융회사 지배 구조에 관한 법률(가칭),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 등 다른 법안들은 더더욱 국회에서 멀어지고 있다.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률과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은 각각 금융감독원과 KDB산업은행의 조직 개편 문제와 연관돼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들 법안은 여야 간 의견 차이가 훨씬 커 국회 통과 가능성이 더욱 적어보인다"고 말했다.
□광주·경남은행 법인세 면제 전격 합의…매각 박차=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22일 조세개혁소위를 열어 우리금융 계열의 경남은행, 광주은행 매각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튿날 23일에는 전체 회의에서 여야가 모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주요 정책 중 하나인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조세특례제한법은 우리금융이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매각할 때 내야 하는 6500억원대 세금을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다음 달쯤 재상장되고, 오는 10월 각각의 우선 협상자인 BS금융지주, JB금융지주에 인수될 전망이다.
두 지방은행 매각이 종료되면 우리금융 민영화의 마지막 작업인 우리은행 매각이 이어 진행될 예정.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올해 상반기 중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월호 사고 후 '불법 거래' 속속 드러나…금감원, 특별검사= 지난 16일 진도 해상에 침몰한 세월호 선사에 대해 금융 당국의 조사가 빨라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73) 전 세모 회장 일가가 회사 경영에 지속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 씨가 최대 주주로 32%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세모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혜경 씨는 24.4%의 지분을 소유 중이다.
금감원은 청해진해운과 주요 관계사에 대출한 KDB산업, 기업, 우리, 경남은행에 대해 검사를 진행 중이다. 청해진해운이 은행권으로부터 차입한 자금이 무려 2000억원에 달해 불법 대출 혐의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신협에서 받은 대출도 130억원에 이른다.
검찰은 압수 자료와 함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거래 자료들을 분석해 계열사 및 일가의 불법 혐의를 찾아낼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