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의 통합 사전 통보 주장…노조측 사실무근 반발
"점포폐쇄 경영 판단"vs"방만경영, 직원에게 피해 전가"
은행권 최초로 진행된 한국씨티은행의 점포폐쇄와 관련된 노사간 법적 공방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한국씨티은행 노조가 제기한 은행지점폐쇄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 심문을 진행했다.
씨티은행 사측이 국내 193개 지점 중 30%에 해당하는 56개 지점을 폐쇄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1차 5개 지점과 2차 10개 지점에 대한 폐쇄통보를 한데 대해 노조 측이 이를 막아달라고 제기한 가처분 신청의 심리를 진행한 것이다.
노조 측 변호인을 맡은 곽상언 변호사는 "씨티은행의 단체협약에 따르면 고용안정에 영향을 끼치는 영업점 폐쇄의 경우 예정일의 60일 이전에 노조에 통보하고 성실히 합의를 하도록 돼 있는데 사측이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점포 폐쇄를 강행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는 씨티은행 측이 56개 점포폐쇄 계획을 발표한 바로 다음날 수원역·경서동·도곡매봉·압구정미성·이촌중앙 등 5개 지점의 폐쇄를 공지하고, 바로 1주일 뒤 10개 지점(신용산·인천 신기·종로·인천 간석·인천 용현·분당 이매·분당 정자·부천서·인천 계양·부산지점)에 대한 추가 폐쇄를 통보한 것에 대한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곽 변호사는 "씨티은행의 점포 통폐합은 불과 4주 안에 완료토록 돼 있는데 이들 지점 근로자의 해고, 정직과 임대차계약 등의 사항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고용안정 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측의 변호인을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측은 "영업점 폐쇄는 금융산업 환경의 변화에 따른 경영상 판단일 뿐이다"며 "올해 1월부터 노조 측에 통합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노사간 협의를 위반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는 영업점 폐쇄 60일 이전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노조 측의 주장을 뒤엎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 측 변호인은 60일 이전에 통보를 했다는 어떠한 법률적 증거도 없다고 반박하며, 씨티은행과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점포통합과 관련해 사전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곽 변호사는 "씨티은행 측이 영업점 폐쇄 예고를 한 뒤 급박하게 점포 폐쇄를 진행했는데 일부 언론에서는 씨티본사와 김앤장 측이 구조조정과 관련된 법률 자문 계약을 상당기간 전에 맺고 준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법률계약 시점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점포 폐쇄의 배경이 된 수익성 악화에 대해서도 날선 공방이 펼쳐 졌다.
곽 변호사는 "씨티은행 사측이 비대면 채널 강화를 이야기 했지만 은행 수익의 상당 부분이 아직까지 대면채널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은행수익을 악화시킬 수 있어 점포폐쇄의 구실이 될 수 없다"고 몰아 붙였다.
하지만 씨티은행 측의 변호인이 김앤장은 "수익성에 대한 판단은 단편적으로 할 수 없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선제적인 경영판단이 필요한 사항이다"며 "작년에 27개 영업점을 통합했지만 정리해고나 명예퇴직은 없었으며, 인력을 정리하기 위해 영업점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김앤장은 "희망퇴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고 기습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희망퇴직 등 인적조치는 합의할 자세가 충분히 돼 있으며, 앞으로 충분한 절차를 거쳐 진행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법원은 양측 변호인 측에 오는 27일까지 관련 서류를 제출토록 하고, 심문을 종결했다.
이날 심문을 마친 뒤 노조 측은 "사측에서 올해 1월에 이미 점포통합에 대한 의사를 전달했다고 하는 것은 거짓이며, 폐쇄가 추진중인 점포들은 수익성이 양호해 폐쇄이유도 없다"며 "수익성 악화는 2004년부터 10년간 1조원이 넘게 송금된 글로벌 용역비 때문이다"고 일침을 놓았다.
씨티은행 사측의 방만경영과 용역비 회계분식 문제를 직원들의 피해로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추가적인 소송 계획도 밝혔다.
디지텍대출과 관련 삼성 측에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은 하영구 씨티은행장에 대한 배임부분과 글로벌 용역비 부분에 대한 분식회계 여부 등에 대한 법률 검토가 마치는 데로 추가 소송을 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영구 은행장과 임원 등에 대한 과도한 성과급 부분 등 경영진의 방만경영 문제를 공론화 시킨다는 계획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