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통관, 일단 배째라?…두 번 우는 '자진신고자'

 

 

 

"해외에서 시계를 사서 들어오다가 공항세관에서 걸렸어요. 400달러 초과하는 것 다 얘기하면 세금 깎아준다고 해서 얘기했는데 진짜 세금 적게 냈어요. 다른 분들도 참고하셔서 세관에 걸리면 솔직히 말하시고 세금 적게 내는게 현명할 듯해요"

"공항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들어오다가 가방을 세관에 걸렸는데 솔직히 말하면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하더니, 제가 끝까지 선물받은 것이라고 하니까 원래 내야할 세금보다 더 부과하는거예요.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세관 직원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세금 부과합니까?"

국민 3명 중 1명은 해외여행을 할 정도로 해외여행이 보편화 된 요즘, 해외에서 들어올 때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세관 검사도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게 된 지 오래다.

인터넷 카페나 포털사이트 등에는 어떻게 하면 세관 검사에 걸리지 않는지, 어떻게 하면 세금을 더 적게 내는지 등에 관한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담과 일종의 '팁(Tip)'을 주는 글들이 넘쳐난다.

일부 여행자들은 이런 글을 보거나 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에게 물어 어떻게 입국할 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흔히 쓰는 방법이 시계나 가방을 사면 케이스는 버리고 사용한 물건처럼 직접 몸에 착용하고 들어오는 것.

갖은 방법을 사용했음에도 세관에 딱 걸린 여행자들은 세관 직원에게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거나 나름대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대부분 이들이 말하는 억울함은 세관 직원들이 재량권을 가지고 마음대로 세금을 부과하거나 감정적으로 세금을 책정한단 것이다.

□ "순순히 불면 세금 깎아줄게" = 억울함을 호소하는 여행자들의 말처럼 세관 직원은 세금을 마음대로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관 직원에게 그런 '권한'은 없을 뿐더러 우리나라에 그 어떤 세무공무원도 마음대로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명확한 근거에 따라서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하지만 '세금을 깎아준다' 혹은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다'는 세관 직원들의 말을 들은 여행자들은 세관 직원이 세금을 마음대로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고 오해를 하기도 한다.

이런 오해가 생기는 이유는 '불성실신고 가산세' 때문이다. 여행자들은 입국할 때 세관신고서를 쓰게 되는데 세관신고서에는 미화 400달러 초과 물품, 술 1병·향수 60ml 1병 등을 초과하면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원래 내야할 세금에 가산세 30%가 더 붙어 '세금폭탄'을 맞게 되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세관신고서에 자신이 구매한 물품을 '솔직하게'(?) 적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통관검사 비율이 2~3%에 불과, 100명 중 2~3명만 가방을 열어 검사를 받는 셈이다보니 걸리면 '운이 나쁘다'는 인식이 만연한 탓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관 직원들은 과세 물품이 적발되거나 혹은 과세 물품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여행자가 세관신고서를 통해 자진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과세 물품이 있냐는 직원의 물음에 "있다"라고 말한다면 자진신고한 것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산세 30%를 면제해주게 되는데 이를 여행자들이 '세금을 깎아준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후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세금 깎아줄게"라는 세관 직원들의 말은 결국 "과세물품이 있다고 인정하면 가산세 30%를 내지 않아도 된다"라는 뜻이었고 이를 오해한 여행자들이 '세관 직원이 마음대로 세금을 깎는다'고 잘못 이해한 셈이다.

□ '오해'라고 하기엔 아직도 억울한 '자진신고자' = 세관 직원 마음대로 세금을 깎는다는 말을 여행자들의 단순한 오해나 무지(無知)로 치부하기에는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다.

법대로라면 성실하게 세관신고서를 기재한 여행자만 자진신고로 인정해야하지만 세관 직원에게 "깜빡했다"며 구두로 "신고할 것이 있다"고 말해도 자진신고로 인정해주는 관행이 이런 오해를 빚어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관신고를 불성실하게 기재한(신고할 것이 없다고 거짓말 한) 여행자가 세관 직원의 눈을 피해 무사히 세관을 통과했다면 그 여행자는 '운이 좋은'(?)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성실하게 자진신고를 한 여행자는 이러나 저러나 세금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반드시 세금을 내야 한다.

처음부터 성실하게 신고한 여행자와 세관 직원의 제지에 그제야 신고할 것이 있다고 말한 여행자들을 같은 자진신고자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관세청에서는 현실적으로 법대로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세관신고서를 깜빡했다고 하는 여행자들까지 불성실 가산세 30%를 부과한다면 여행자들의 반발이 거셀 것은 자명한 일이라는 것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법대로 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오해가 커지고 자진신고자는 손해라는 인식이 더욱 뿌리깊게 박힐 것이라 우려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납세자연합회장)은 "얼핏보면 여행자들의 편의를 위해주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세관신고서를 작성한 사람만 손해라는 인식을 주게 된다"며 "세관신고서에 기재한 것과 실제 내용이 다르면 불성실 가산세를 부과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자신신고를 한 것과 하지 않는 것과의 차이는 분명히 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이렇게 하면 넘어가겠지'하면서 오해를 할 수 있다"며 "이는 올바르지 않은 일이고 법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