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사각지대, 개선 기대vs리베이트 적발 힘들어
일차적 견제기능, 긍정적…"회계교육 병행 필요해"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의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새로운 제도로 인한 영향이 주목을 받고 있다.
2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 및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이 최근 국무회의 의결을 마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내년부터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의 관리주체는 매해 10월 31일까지 결산서, 관리비 등의 징수나 집행 등에 관한 장부 및 그 증빙서류에 대해 외부감사를 받게 된다.
또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150세대 이상으로 승강기가 설치된 공동주택 등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관리주체는 관리비나 잡수입 등의 징수 및 사용 등 모든 거래에 관한 회계서류를 5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 의무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회계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아파트 관리부실 감사 문제가 터지면서 국토부 등 유관기관에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아파트 관리비에 문제가 많다는 인식이 생겨났기 때문에 회계 전문가들이 감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우리가 이 분야에 대해서 무관심했던 것은 사실 아니냐"면서 "아파트나 공동주택이 회계투명성 부분의 취약지대였는데 이에 대한 개선에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회계투명성 확보는 물론 중소회계법인과 회계법인 감사반 등의 수익성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리라는 것이 회계업계의 전반적인 기대다.
반면 대규모 공동주택에 회계감사 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비용부담이 생길 뿐더러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김원일 전국아파트입주자 대표회의연합회(전아연) 사무총장은 "외부감사인은 자금의 흐름만 보는 것이지 어떤 물건을 시세보다 비싸게 샀는지 등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알 수 없다"면서 "아파트 관리비와 관련해서 비리가 발생하면 (관리자를) 가중처벌하면 되는 것이지, 왜 의무화라는 굴레를 씌우느냐"고 항변했다.
아파트 관리비 비리의 대부분은 아파트 보수공사 등과 관련된 리베이트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재무제표 감사만으로는 명확히 적발하기 힘들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외부감사 비용은 공동주택 입주민들이 지급해야 할 몫이기 때문에 관리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입장.
우리나라의 300세대 이상 아파트는 약 1만4000여 곳이며, 감사비용을 건당 300만원으로 잡아도 최소 420억원이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 전아연 측의 추산이다.
반면 일부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수 억원 대의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불투명한 회계처리에 대한 일차적인 견제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아파트 관리비에서 그동안 문제점이 많이 있어왔다. 의무적으로 외부감사를 받게 된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비용측면에 관한 우려에 대해서는 공감을 한다"면서도 "하지만 외부감사 비용보다 관리비의 유용이나 횡령 등 잘못 쓰이는 금액은 훨씬 크다. 수백세대 아파트의 경우 억 단위가 넘어가는 비리가 있는 곳이 많은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제도 도입 이후에도 지방자치단체나 아파트 입주민 등이 관리비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제도 본연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외부감사를 받게되면 일차적인 필터링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회계법인 측에서도 이에 대한 홍보와 관리주체에 대한 회계교육 등을 병행해야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