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전경 (사진 :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을 분리하는 내용의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이 여야 합의를 눈앞에 두고도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점을 내세워 여야뿐 아니라 정부인 금융위원회가 강력하게 추진해 왔으나 결국 모피아 낙하산용 법안이라는 비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은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 감독 개편이 모피아의 퇴직 후 일자리 대책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고 질타했다.
모피아란 정부 금융 관료를 지칭하는 말로 금융위가 추진중인 금융 감독 개편은 금감원을 '금융사 건전성 감독 기관'과 '소비자 보호기관'으로 분리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무엇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국내에서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같은 대형 금융 사고들이 잇따라 터지며 금융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새 법안에 의해 앞으로 설립될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은 금융위 산하 기관이어서 기관장 임명권뿐 아니라 예산마저 금융위원장의 권한이 주어진다. 이 때문에 모피아 낙하산용 법안이라는 반대에 부딪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기준 의원은 "금융 감독 개편의 필요성은 금융위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고, 잦은 금융 사고 속에서 금융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기됐다"며 " 금융소비자 보호위원회를 금융위가 쥐락펴락 하게 만드는 것은 소비자 보호와 아무런 상관없고 예산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야당 일부에서는 상위 기관인 금융위도 분리해 금융소비자 보호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
금융위 한 관계자는 "금융위를 분리하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법안은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설립되는 것에 대해서는 시기만 지연될 뿐 확정적인 사항이나 내부적으로 갈등이 번지고 있어 상당한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와 같은 시장 감독 기능을 새 금소원에 이관해야 한다는 논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만약 이렇게 될 경우 현재의 금감원 권한이 축소되기 때문에 상당수가 금소원행(行)을 희망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금소원이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는 기구인데, 금융 소비자를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따라 금감원이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증권시장 참여자나 회계 서비스 이용자들까지 '금융 소비자'라는 범주에 묶이게 되면 증권, 회계 부서 직원들도 금소원으로 발령 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이어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증권, 회계 쪽 부서 사람들도 신경이 곤두서 있다"며 "최악의 경우 금감원 인력의 절반이 금소원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