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 허리띠 더 조이고, 낡은 관행 다 없앤다

정부가 나라살림의 지침이 되는 재정구조를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지난해 수 조원의 세수펑크가 발생, 돈줄이 부족한 정부 입장에서 불필요한 예산누수를 최대한 막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이에 예산편성 과정부터 PAYGO 원칙(새로운 의무지출 도입 때 그에 상응하는 세입 등 대책마련을 의무화)을 강화해 비용개념 없는 예산요구를 방지하기로 했다. 또 향후 3년간 정부 전체 재량사업 6000여개의 10% 수준인 600개 유사·중복 사업을 없애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민간과의 협업을 통해 예산을 줄이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복지부문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부정수급 사례를 차단하기 위해 민간과의 파트너십을 강화, 복지전달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여기에 규제완화 등으로 민간의 자발적인 투자를 이끌어 내고, 기존시설 활용을 통해 불필요한 신규 투자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1일 청와대에서 정부 관계자 및 민간전문가 1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4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정개혁 추진과제'를 확정 발표했다.

□ 페이고 원칙 강화…"재정구조 정상화 시킨다" = 추진과제에 따르면 정부는 '재원대책 없는 세출 확대 없다'는 재원 연계 지출원칙을 강화해 재정 운용의 책임성을 높이기로 했다.

다시 말해 예산편성 과정부터 PAYGO 원칙을 강화해 불필요한 예산 증액을 막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재원대책이 없는 무분별한 예산 증액은 재정건전성을 해치고 국민부담을 늘리는 원인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우선 각 부처에서 신규 사업을 추진하거나 기존사업의 예산 확대가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연도 뿐만 아니라 총 소요 비용에 대해서도 의무적으로 지출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침을 정했다. 이때 법정지출 등 필수소요를 누락한 경우에는 패널티를 부과하겠다는 것.

유사·중복사업도 향후 600개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 전체 재량사업의 10% 수준이다. 정부를 이를 위해 내년부터 국민 체감도가 낮은 사업 300개를 통폐합 시킬 계획이다.

또한 스포츠토토 판매수익금 중 78%만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편입, 나머지 22%는 기금운영계획 내에 흡수시키기로 했다.

기재부는 "그간 세입세출외로 운영되고 있던 스포츠토토판매 수익금 전체를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세입으로 편입시켜 정부예산 체계내에서 관리하겠다"고 설명했다. 스포츠토토 판매수익금는 지난 2011년 5066억원에서 2012년 8330억원, 지난해 9400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제경기대회 사업비도 절감한다. 시설비의 경우 기존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인근대학 부지 활용을 통해 토지매입비를 줄인다는 것이다. 운영비에 대해서는 부대시설 건립 대신 몽골텐트 등 임시시설 활용, 개·폐회식을 간소화하기로 했다.

□ "민간과 손잡고 예산 절감한다" = 특히 정부는 민간과 손을 잡고 예산을 절감시킨다.

먼저 복지 분야에서 가장 크게 지적된 부정수급 사례를 막기 위해 민간과의 협업 강화 등 복지 전달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복지대상자 발굴·선정·지원 과정에서 통장·부녀회장 등 민간과의 파너트십을 강화해 복지 사각지대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긴급복지 지원기준(최저생계비 120%이하 소득)을 완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또한 산업단지 내 용도규제 완화로 민간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이는 투자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원에도 불구하고, 관련 규제 등으로 기업투자 유치 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공장과 마트 등 편의시설, 문화·체육·교육·복지시설 등이 함께 들어설 수 있도록 '복합용도구역'을 신규 도입하기로 했다. 산업시설구역 '공장 내' 설치가 가능한 부대시설 범위나 산업단지 입주허용 서비스 업종 등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R&D투자 효율성도 높인다. 정부에 따르면 R&D 투자에도 불구하고 연구 성과물의 사업화율 저조 등 대비 효과는 미흡했다. 여기에 공공부문 R&D성과의 기술이전율이 27.1%로 70%이상이 '장롱특허'라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R&D 투자 효율화를 위해 융합연구단을 구성하고, 장비활용도를 높이기로 했다.

또 연구장비 지원사업은 장비의 활용률을 전수 조사해 활용률이 낮은 장비는 회수해 재배치하는 한편, 민간 기술중개인 제도를 활성화해 공공연구기관 보유기술의 중소기업 이전을 촉진시킨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직업훈련 사업 예산지원도 손질한다.

기재부는 "직업훈련 예산은 확대되고 있으나 산업계 수요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 내일배움카드제의 경우 200만원 범위 내에서 계좌를 발급받고 수요자가 훈련과정을 선택하고 있지만, 조리·미용 등 특정직종에 쏠림(67.6%)이 발생하고 산업계는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직업훈련사업을 고용보험기금으로 일원화해 사업간 중복을 해소시키기로 했다. 또 예산요구 시 현장 인력수요를 기반으로 한 '국가인력양성종합지침'에 따르도록 사전절차 이행을 의무화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이 밖에 2차로 교통량 증가시 4차로 확장 대신 '가변식 3차로(2+1)'를 도입해 도로 건설비를 절감할 계획이다. 실제 정부 추산결과, 건설비는 4차로 확장 시 km기준으로 183억원인 반면, 가변식 3차로는 132억원이었다. 여기에 국반분양에서 민간자원을 활용해 예산을 절감하기로 했다. 식판 및 쌍안경에서부터 트럭차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군수품을 상용품으로 전환하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을 알뜰히 사용하고 예산낭비를 근절하기 위해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정개혁 추진과제'를 오는 9월까지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앞으로 '각 부처 예산요구(6월) → 2015년 정부예산안 편성(7~9월), 2014년 세법개정안 발표(8월) →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및 2015년 정부예산안, 2013년 세법개정안 국회 제출(9월)' 등의 순으로 일정이 추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