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가 국세청에 세금을 신고납부하기 위해 증빙서류 준비와 신고서 작성, 장부 기재 등의 작업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 되는데, 이 부대비용을 금액으로 환산한 것이 '납세협력비용'이다.
사업자 1인당 세금을 내는데 드는 비용이 연간 182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납세자 입장에서 182만원은 '제2의 세금'인 셈이다.
8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박명호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규제준수에 따른 행정비용의 측정과 시사점'이라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납세자가 법인세, 소득세 등 내국세를 내면서 총 9조8878억원의 납세 협력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행정비용은 2011년 국내총생산(GDP) 1235조2000억원의 0.8%, 총 세수 180조2000억원의 5.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납세자 유형별로 살펴보면 사업자가 9조1553억원, 근로자 등 비사업자가 7325억원의 비용을 부담했다. 이 가운데 법인사업자가 5조416억원(51%), 개인사업자는 4조1137억원(41.6%)을 냈다. 세금을 신고한 사업자가 약 503만개 업체라고 봤을 때, 1업체당 약 182만원의 비용을 부담한 셈이다.
특히 제조업에 종사한 사업자가 납세협력비용을 가장 많이 부담했다.
제조업 평균 납세협력비용은 542만원으로 업종별로 가장 많았고, 금융·보험업 363만원, 건설업 321만원, 서비스업 203만원, 도·소매업 186만원, 농림어광업 139만원, 운수·창고·통신업 138만원, 음식·숙박업 134만원, 부동산업 74만원, 기타 72만원 순이었다.
세목별로는 부가가치세의 행정비용이 가장 많았다. 부가세 행정비용은 2조7644억원으로, 전체 행정비용의 28%를 차지했다. 이어 법인세는 2조6494억원, 소득세 2조3920억원, 원천세 1조457억원 순으로 행정비용을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도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데 총 3052억원 규모의 행정비용을 부담했다. 이 중 근로자는 연말정산을 신고하는데 1인당 2만원이 들었다. 이 밖에 부동산을 팔 때 양도소득세 납세비용으로 평균 32만원, 상속·증여를 할 때 상속세 납세비용 239만원과 증여세 722만원 등을 부담했다.
박 연구위원은 "정부는 비용을 중심으로 총량을 관리하는 규제비용총량제의 실시를 발표했다"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규제시스템 개혁의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피규제자의 행정비용을 반드시 규제비용총량제의 대상으로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조세로 인해 납세자가 부담하는 행정비용도 동일하게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국세청은 오는 2016년까지 국세청 소관의 내국세 관련 법령 등이 유발하는 행정비용을 2011년 대비 15% 감축하겠다는 목표치를 내걸었다.
국세청은 이를 위해 증빙서류 발급(협력비용 비중 17.4%), 증빙서류 수취 및 보관(31.3%), 장부 기장(15.0%), 신고납부(22.0%) 등 비용발생이 가장 많은 4대 분야의 비용 축소에 집중할 계획이다.
